세상읽기) 오월, 아이들의 마음에도 꽃이 피어나길

김형규 기자 2025. 5. 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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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기자/경북본사·중부본부 부국장

오월이다. 영원한 오월의 소년, 금아 피천득은 수필 '오월'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년의 얼굴"이라고 오월을 노래했다.

평론가 김왕식은 이 표현을 두고 시인이 오월을 젊음과 신선함, 그리고 자연의 활기를 상징하는 시기로 묘사하며 짧은 문장 속에 오월의 청량감과 젊음을 응축했다고 해석했다. 마치 새벽의 맑은 공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 문장은 오월이 지닌 순수하고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오롯이 전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계절임을 일깨운다.

실제로 오월은 맑고 희망이 가득한 계절이다. 스물한 살 청년의 얼굴처럼 풋풋하고 생기 넘친다. 또한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로, 어린이날도 포함되어 있다.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축하하고 응원하는 시기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현실은 때로 이러한 기대와 동떨어져 있다.

최근 본지 기획 연재 '2025 경북교육을 가다' 중 열두 번째 편, '학생 마음건강위기 지원'을 취재하며 오월의 푸르름 이면에 자리한 '청소년 정서 위기'의 현실을 마주했다. 자해·자살, 학교폭력, 우울증 등 정서적 고통은 더 이상 일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직면한 현재진행형의 위기였다.

국회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초·중·고 학생은 1천470명에 달하며, 2023년 한 해에만 214명이 자살했다. 이는 10년 전보다 81% 증가한 수치다. 특히 초등학생 자살률은 같은 기간 5배나 늘어나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경북도 예외가 아니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자살·자해 시도 학생 중 사전 '관심군'으로 분류된 경우는 30%도 채 되지 않았다.

위기학생 수는 2022년 200명에서 2023년 500명, 2024년에는 650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주요 원인은 가정 내 갈등, 대인관계 문제 등이다. 이는 정서적 위기가 언제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상적 위협임을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감한 대면 관계와 고립된 디지털 소통은 학생들의 공감 능력과 감정 조절력을 약화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학습 이전에 정서'라는 새로운 교육의 전제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이 보이지 않는 위협 앞에 무방비 상태였던 셈이다. 아직은 서툴고 미완성인 감정과 관계 속에서 외로움과 결핍을 호소하는 아이들. 가족 해체나 환경적 결핍으로 마음이 병들어가는 아이들. 이들에게도 오월의 푸르름이 스며들어, 삶이 아름답고 살아볼 만한 것임을 느끼게 할 방법은 없을까?

이 같은 질문에 공교육이 내놓은 하나의 답은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최근 경상북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본격 가동한 '경북형 사회정서학습(SEL)'은 학생이 감정과 관계를 이해하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정서 회복 중심 교육모델이다.

필수 6차시와 선택형 연간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정신과 전문의와 전문상담사가 참여하는 'MAP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 중심의 정서 지원이 이루어진다. 또한 학교-가정-지역이 연결된 '마음건강 공동체'를 조성해 지역사회 기반의 지속 가능한 정서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이는 다양성과 실효성을 더하는 지역 맞춤형 모델로서 위기 대응 중심에서 벗어나, 예방 중심의 일상적 돌봄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노력이다.

오늘날 자살, 자해, 우울, 학교폭력 등은 일부 '위험군'의 문제가 아니다. 경북형 사회정서학습은 이러한 근본 문제에 정면으로 응답하고 있다.

교육의 본질이 지식 전달을 넘어 삶을 살아갈 힘을 기르는 데 있다면 사회정서학습은 '선택'이 아닌 '책임'이다.

스물한 살 청년의 얼굴처럼 맑고 투명한 오월. 피천득은 "신록을 바라보며 내가 살아 있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고 했다.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오월의 빛과 생기를 모든 아이들의 마음에도 스며들게 하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교육이 던지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며, 우리 사회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과제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건네야 할 사랑도 바로 그런 것이다.

김형규 경북본사·중부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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