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마음속 품었던 악마들을 솔직하게 풀어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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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도 독자들에게 보이고 싶은 이미지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마음속에 품고 있던 악마들을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놨어요. 새로운 도전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쓰는 동안 해방감에 몸서리쳤죠."
"언젠가 제 소설에 '이건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다'라는 댓글이 달린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무척 기분 나빴죠. 그래서 소설을 시작할 땐 덮어두고 지지해주는 독자 몇 명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순간순간 변화하는 소설을 쓴 후 알게 됐어요. 계속 배우며 의심스러운 작가가 돼서 읽은 후 물음표를 찍게 만드는 작품을 써야 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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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도 독자들에게 보이고 싶은 이미지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마음속에 품고 있던 악마들을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놨어요. 새로운 도전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쓰는 동안 해방감에 몸서리쳤죠.”
세 번째 장편소설 ‘호수와 암실’(북다)로 돌아온 소설가 박민정은 지난 9일 문화일보와의 만남에서 새 작품의 집필 과정을 이렇게 요약했다. 지난해 5월 300쪽이 넘는 분량의 장편소설 ‘백년해로외전’(문학동네)을 펴낸 후 꼬박 1년 만에 새 장편을 펴낸 성실함도 놀라운데 심지어 지금껏 그가 쓴 적 없던 ‘공포 소설’이라니 더욱 흥미롭다.
‘불안한’ ‘걱정스러운’ ‘무서운’ 등의 뜻을 가진 독일어 ‘앙스트’(Angst). 박 작가의 새 소설은 출판사 ‘북다’에서 시작한 동명의 공포 장편 소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무섭다는 것이 반드시 귀신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해왔듯 끔찍한 사람과 상황을 그려내는 것으로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설은 대학 부설기관에서 승정원일기를 번역하는 연구자인 주인공 ‘연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언뜻 보면 착실히 사는 평범한 삶이지만 연화는 어린 시절 자신이 저지른 살인, 그로 인한 수감 생활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없어 고통스러워한다.
아슬아슬하게나마 과거사를 숨기며 평화롭게 유지되던 연화의 삶은 ‘로사’의 등장으로 요동친다. 소년교도소에서 같이 생활하던 로사는 박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공을 들인 인물이다. “내가 감추고 싶어 하는 과거를 모두 알고 있고, 심지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포스럽죠.” 박 작가는 공포에는 “알 수 없어 두려운 미지의 공포가 있고 지금의 일상을 파괴하는 현실 공포가 있다”고 말했다. 알 수 없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동시에 그것이 언제든 삶을 파괴할 수 있다면 두 가지 공포가 동시에 닥쳐오는 셈이다.
연화, 로사를 비롯한 소설 속 인물들은 단단히 꼬여 있다.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거짓과 욕설이 난무한다. 작가는 “이 소설의 가장 큰 주제는 나르시시즘”이라며 “오로지 나만 생각하는 인물들이 함께 모일 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등단 이후 대부분의 작품을 통해 성폭력과 권력의 문제를 다뤄왔다. 이번에도 여성의 성을 이용하고 판매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페미니즘적 문제의식을 드러내지만 나르시시스트 여성들의 연대는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길을 간다. 상처를 드러내고, 문제를 직시해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강요조차 상처가 되기에 인물들은 비스듬히 마주 보며 자신과 비슷한 상대방을 발견해 나간다. “언젠가 제 소설에 ‘이건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다’라는 댓글이 달린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무척 기분 나빴죠. 그래서 소설을 시작할 땐 덮어두고 지지해주는 독자 몇 명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순간순간 변화하는 소설을 쓴 후 알게 됐어요. 계속 배우며 의심스러운 작가가 돼서 읽은 후 물음표를 찍게 만드는 작품을 써야 한다는 것을요.”
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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