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 뛰고, 임플란트 시술 집도… 중국發 ‘휴머노이드 로봇 쇼크’[Global Economy]

박세희 특파원 2025. 5. 20. 09: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Global Economy - 하프마라톤 완주 ‘톈궁’ 제작… ‘베이징 로봇센터’ 가보니
계단 오르고 의약품 분류 작업
8월 육상·축구 등 체육대회도
작년 中 시장 규모만 5300억원
세계 유일 완전한 산업망 갖춰
올 휴머노이드로봇 수천대 양산
“인간 돕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
‘난동’ 등 통제불능 제어는 과제
지난달 베이징 하프마라톤대회에서 21㎞ 코스를 2시간 40분 만에 완주해 주목받은 휴머노이드 로봇 ‘톈궁’이 13일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 전시장에서 러닝 연습을 하고 있다.

베이징 = 글·사진 박세희 특파원

“모두들 안녕하세요.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北京人形机器人創新中心)의 ‘톈궁’(天工)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난 13일 베이징 이좡(亦庄)에 있는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의 로봇 전시장 ‘로봇대세계’(机器人大世界)에서 톈궁이 이같이 인사하자 관람객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인사한 뒤 러닝머신에서 5분 남짓 러닝 연습을 한 톈궁은 이어 계단과 잔디, 자갈밭 등 다양한 환경으로 꾸며진 지면을 자유롭게 뛰어다녔다. 톈궁은 지난달 큰 화제를 모았던 베이징 하프마라톤대회에서 21㎞ 코스를 2시간 40분 만에 완주했다.

톈궁을 만들어낸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는 중국의 ‘체화지능’(具身智能·Embodied Intelligence) 굴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전시장에 들어선 모든 관람객에게 바리스타 로봇이 만든 커피가 한 잔씩 주어졌고 그 옆에는 요리하는 로봇이 샌드위치 만드는 모습을 시연했다. 약국처럼 꾸며진 곳에서는 로봇이 매대를 정리했고 치과처럼 꾸며진 곳에서는 또 다른 로봇이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베이징 이좡 로봇과학기술산업발전 유한공사의 부사장 쑨링(孫玲)은 “전시장은 가정생활과 의료 산업, 생체 모방 등 체화지능 기술의 주요 응용 장면을 선택해 보여준다. 각 분야는 우리가 신중히 선택한 것으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실제 어떻게 응용되고 사용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귤을 그릇 위에 놓는 모습.

체화지능이란 단순히 디지털 공간에서 처리되는 비구현화(disembodied) 인공지능(AI)과 다르게 구현화(embodied)돼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 현실 세계 환경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AI 기술을 말한다. 물리적인 몸, 즉 신체를 가진 AI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체화지능의 한 형태다. 실시간으로 외부 환경의 정보를 수집하고 즉각 반응해 상황에 맞게 대응하고 기존의 규칙 기반 시스템보다 높은 적응력과 판단력을 발휘하는 게 핵심이다.

딥시크 쇼크 다음은 휴머노이드 로봇 쇼크…“글로벌 시장 속 중국 비중 70%”= 체화지능 분야에서 보이는 중국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당국자 두광다(杜廣達)는 지난달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서 열린 포럼에서 “중국은 생산·공급·판매를 통틀어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를 위한 완전한 산업망을 갖춘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라며 “지난해부터 100종에 가까운 체화지능 로봇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의 70%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현재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하는 회사는 100곳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약 27억6000만 위안(약 5300억 원)으로, 체화지능 분야로 범위를 넓히면 시장 규모는 8634억 위안에 달한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2월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을 공개한 전 세계 기업 중 중국 기업의 비중은 61%를 차지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로봇 개와 함께 중국 전통 무용을 하는 모습.

오는 8월 베이징에선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체육대회도 개최된다. 100m 달리기와 멀리뛰기·높이뛰기 등 육상, 축구 등 구기 종목, 댄스 경연 등을 비롯해 물류 운반, 약품 분류 등 19개 종목 경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체화지능 기술 발전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을 돕기 위함이라고 쑨 부사장은 말했다. 그는 “단순 반복노동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나 위험한 작업 등에 로봇을 투입시켜 인간을 돕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원년’ 기대…기업들, 로봇 대량생산 시작= 중국에서는 올해가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수천 대를 내놓으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분석한 결과 유니트리(Unitree·宇樹科技)와 유비테크(UBTECH·優必選), 러쥐로봇(LEJU ROBOT·樂聚机器人) 등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6곳에서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1000대 이상을 각각 양산한다. 45억 위안을 넘어서는 시장 규모다. 유니트리는 최근 항저우(杭州)의 지원을 받아 항저우 본사 인근에 1만㎡ 규모의 새 공장 가동을 올해 초 시작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약국으로 꾸며진 매대를 정리하는 모습.

다만 올해 쏟아져 나올 로봇들의 성능이 소비자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킬지는 불확실하다. 유니트리의 한 관계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현재 기술 수준에 소비자들은 실망할 수 있다”며 “대중의 기대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데 반해 로봇은 아직 충분히 지능적이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로봇이 통제 불능 상태가 돼 난동을 부리거나 인간을 공격하는 모습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로봇이 제멋대로 팔과 다리를 휘둘러 로봇 연구소 직원이 놀라 뒷걸음질하는 모습과 함께 축제 중 유니트리의 H1 로봇이 군중에게 팔을 휘두르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 영상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끈 것이다. 이에 대해 쑨 부사장은 “어떤 사람들은 로봇을 구입해 장난스러운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 영상들을 모두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세희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