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가 정해놓은 전복 채취 기준, 제주는?

김소은 2025. 5. 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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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제주를 보다] ② 제주의 바다를 어떻게 지켜야 할까

제주는 '섬'이다. 그래서 지속 가능성을 얘기할 때는 늘 개발과 보존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섬나라 뉴질랜드는 산악, 호수, 해안선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등 제주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김소은 THE 관광연구소 대표가 안식년으로 뉴질랜드에 있는 동안 '관광 1번지'를 지향하는 제주가 참고할 만한 뉴질랜드의 사례를 가지고 독자들과 비정기적으로 만난다. [편집자 글]

쉽고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

몇 년 전, 제주 마을 앞바다에서 해루질(얕은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로 인한 갈등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녀 어멍들이 번갈아 바다를 지키며 대응했을 정도로, 마을 전체의 중대한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다. 감시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그 눈을 피해 해루질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에는 매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강력한 관리 체계가 존재한다. 

뉴질랜드의 어업 규제 시스템은 남획을 방지하고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연구에 따르면, 뉴질랜드 어종의 82%가 지속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는 QMS(Quota Management System)라는 어획 할당량 제도를 운영, 생계를 위한 어업뿐 아니라 레저로 낚시나 채집 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으며, 2009년부터 가장 효과적인 어업 관리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뉴질랜드 수산물 어획 가이드라인 제공 웹페이지 / 출처: https://www.mpi.govt.nz/fishing-aquaculture

지역의 특산 어종인 스내퍼(Snapper), 킹피쉬(Kingfish), 블루 코드(Blue Cod), 타라키히(Tarakihi) 뿐만 아니라, 크레이피쉬(Crayfish/Rock Lobster), 가리비(Scallops), 홍합( Mussels), 굴(Oysters), 흑전복(Pāua), 문어(Octopus) 등 채취 가능한 최소 크기 및 일일 채취 한도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지켜보는 사람은 없지만, 규정이 자세하기 때문에 스스로 찾아보고 지킨다. 해양생물 보호 규정이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점도 중요한 지점이다.

특히 자연산 전복이 풍부한 제주도의 상황과도 유사한 뉴질랜드의 흑전복(Pāua) 관리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질랜드에서는 흑전복 채취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상세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 지역별 최소 크기와 일일 채취 제한량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 일부 지역에서는 파우아 채취가 전면 금지되거나, 엄격하게 제한된다.
- 채취는 반드시 직접 채취한 본인만 일일 제한량을 가져갈 수 있으며, 대리 채취나 다른 사람 몫까지 가져가는 행위는 금지된다.
- 법적 크기는 껍데기의 아래쪽을 가로지르는 직선 길이로 측정하며, 검은발 파우아와 노란발 파우아의 기준이 서로 다르다. 이 역시 지역별로 상이하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채취자는 바위에서 떼어낸 즉시 크기를 측정해야 하며, 기준에 미달하는 개체는 최대한 빠르게 원래 위치에 돌려놓아야 한다.
뉴질랜드 흑전복과 가공한 모습 / 출처=공개이미지

제주도 역시 일부 지역에서는 낚시가 제한되고 있으며, 특정 어종에 대해 어획량 제한과 금어기 등의 기준이 존재한다. 낚시 장비나 미끼에 대한 규정도 마련되어 있으나, 이를 잘 모르거나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불법 어획은 빈번하며, 여가를 위해 아무 거리낌 없이 낚시나 채집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우리는 신고의식도 부족하다. 

해양수산부 역시 어업 면허 및 등록을 통해 개괄적인 규제를 하고 있으며, 어획량 제한 기준을 설정하고, 불법 어업을 단속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 및 국제 해양 기구와 협력하여 해양 보호 및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 14)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 국민 대부분은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 한국의 바다를 누리고 즐기는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바다가 보다 지속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려한 어업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제주도다.

김소은

제주에서 10여년을 살다 뉴질랜드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관광, 람사르습지 보전, 해양관광 자원 발굴 등과 관련한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으며,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대학때부터 관광경영학을 전공하였으며, 석박사 괴정에서 관광경제, 마케팅, 관광객 행동 등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 THE(Think for Human & Earth) 관광연구소 대표, 섬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