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섬집 아기’와 ‘엄마 걱정’
‘엄마’. 생각만 해도, 남몰래 혼잣말로 속삭여도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는 명사. 설명하긴 어렵지만, ‘어머니’와는 또 다른 느낌.
갓 태어난 아기가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은 울음뿐입니다. 그런 아기가 처음 배우는 말 역시 대개는 ‘엄마’. 입을 닫았다가 열면 자연스레 나오는 발음이어서 그럴 수 있습니다.
자기를 돌봐주는 존재를 가장 먼저 발음하는 건 ‘생존 본능’이라는 주장도 있죠. ‘엄마’와 함께 ‘맘마’를 거의 동시에 배우는 것이 그 근거.
아무튼 엄마는 항상 자식을 울립니다. 아기에게 엄마는 세상 전부나 다름없죠. 유년의 정서에 엄마가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엄마를 다룬 문학 작품이나 노래도 ‘명작’이 많죠. 우리나라 대부분 엄마가 아기를 재울 때 부르는 노래 ‘섬집 아기’. 이 ‘공식 자장가’를 안 불러본 엄마도 없고, 안 들어본 아기도 없을 듯합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그 옛날 엄마들은 가난했습니다. 아기를 돌보는 것뿐 아니라, 생계를 위해 뭐든 해야 했습니다. 물질을 하든, 뭔가를 내다 팔든 해야 가족이 먹고살 수 있었죠.
엄마를 기다리던 섬집 아기는 스르르 잠이 듭니다. 엄마는 십 리 밖에 있어도 아기의 숨결을 느낍니다. 결국 굴 따다 말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일 나간 엄마 걱정에 훌쩍훌쩍 눈물 흘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입니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 시장에 간 우리 엄마 /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 아주 먼 옛날 /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엄마의 고된 삶이 묻어납니다.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돌아오지 않는 엄마 걱정에 아이는 외롭고 무섭습니다. 어른이 돼도, 그 시절 엄마의 모습은 항상 눈시울을 뜨겁게 합니다.

엄마 얘기를 하다 보니 글머리가 길었습니다. 동시 ‘섬집 아기’ 배경이 부산 해운대구 송정 바다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최근 그림 동화책으로도 출간됐네요. 한인현아동문학상 운영위원장인 박상재 작가가 쓰고, 한혜정 그림작가가 그렸습니다.
책은 한인현(1921~1969) 선생이 창작한 동시 ‘섬집 아기’의 탄생 일화를 들려줍니다. 한인현 선생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었습니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늘 가슴에 품고 살다가, 고향 함경남도 원산의 명사십리 모래밭을 생각하며 송정 바닷가에서 시로 표현했다고 전해집니다. ‘섬집 아기’는 1946년 10월 동시집 ‘문들레(민들레)’에 실려 발표됐습니다. 동요로는 4년 뒤인 1950년 나왔습니다.
이제 곧 송정 바닷가에 가면 ‘섬집 아기’를 볼 수 있습니다. 시비가 세워진다고 하네요. 주민 모임인 ㈔송정동개발위원회 등이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장소는 송정해수욕장 옆 죽도공원 광장, 제막식 날짜는 오는 10월 18일. 민간이 만들어 담당 해운대구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지어집니다.
화강석으로 팔 베고 스르르 잠자는 아기, 굴 바구니 이고 돌아오는 엄마를 조각합니다. 받침대를 빼면 높이 1.6m, 너비 1.38m 크기. 시비 건립을 계기로 ‘섬집 아기 음악제·문학제’ 등 기념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다만 건립 예정지가 시유지라 부산시의 관련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기부 형식이라 해운대구의 심의도 필요하다네요. 모든 행정 절차가 잘 마무리돼 송정 바닷가에서 세상 모든 엄마의 헌신과 희생을 기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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