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준원 “데뷔 10년째 만난 '언슬전', 기적 같았죠”

유지혜 기자 2025. 5.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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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준원.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배우 정준원이 데뷔 10주년에 만난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로 스타덤에 오른 것에 대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준원은 18일 종영한 12부작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에서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차 구도원 역을 맡았다. 넓은 인품으로 고윤정(오이영), 신시아(표남경), 강유석(엄재일), 한예지(김사비) 등 레지던트 1년차 후배들을 아우르며 든든한 매력을 발산했다. 사돈 처녀인 오이영과는 로맨스까지 펼치면서 시청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데뷔한 후 10년 만에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2015년 영화 '조류인간'으로 데뷔한 정준원은 영화 '박열', '리틀 포레스트', '독전', '탈주'와 드라마 'VIP', '모범가족' 등에서 조연으로 활약한 적은 있지만, 주인공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 종영 기념 인터뷰를 연 정준원은 “이렇게 큰 규모로 인터뷰를 하는 것도,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것도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신원호 크리에이터가 만든 스핀오프 드라마여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이렇게나 사랑 받을 줄은 몰랐다”는 그는 “내겐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벅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배우 정준원.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언슬전'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을 체감하나. 배우들이 모인 단체 문자방에서 고윤정 씨가 '슈퍼스타'라고 불렀다던데.

“식당에서 절 알아보는 시청자는 몇 분 계시기는 한데,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 아니라 실제로 관심을 실감하지는 못했어요. 그러다가 SNS나 유튜브 영상 클립이 계속 올라와서 조금씩 주변 반응을 느끼고 있어요. (고)윤정이가 '슈퍼스타'라고 한 건 진짜 농담이었고요, 사실 아직도 세상이 날 속이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말이 되나 싶고요. 회차가 거듭하면서 반응이 더 커져서 그때는 조금 체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이나 주변 반응은 어떤가.

“친구들은 진중하고 다정한 구도원 캐릭터를 보면서 '연기 잘하네'라며 놀려요. 사실 가족들이 가장 좋아해주죠. 사촌 누나는 드라마 방영 전부터 제가 나온 스틸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꿔 놓고 응원을 엄청 해줬고, 조카도 정말 좋아해줬어요. 부모님께서는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게 보여요. 10년 만에 화제가 되니까 더욱 침착하게 반응하시는 것 같아요. 영화감독인 형(정서원 감독)은 늘 연기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을 주는데, 이번에는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해줬어요. 형수가 정말 드라마를 좋아해 주더라고요.”

-인기드라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핀오프여서 캐스팅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심지어 신원호 크리에이터가 '보석함에 숨겨놓은 보석'이라 표현한 적도 있는데.

“올해가 연기를 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에요. 10주년을 앞둔 지난해는 역할이나 작품에 대한 갈증이 한창 심할 때였죠. 연기는 의지가 있다고, 노력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힘들기도 했어요. 지난해 캐스팅 됐을 땐 그 고민들을 다 보상 받는 기분이었어요. 정말 감사했고,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가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었고, 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니까 어느 정도는 관심을 받겠다는 예상은 했죠. 그런데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시청자들이 좋아해줄 줄은 몰랐어요. 신원호 감독님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오디션에서 처음 뵀어요. 이후 인연이 안 되다가 이번 오디션에서 다시 만났는데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하는 분위기였어요. 오디션에서 구도원 대사를 받았는데, '설마 날 이걸 시키겠어?' 싶어 마음 편하게 읽었어요. 그런데 진짜 구도원 캐릭터로 캐스팅돼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몰라요.”

배우 정준원과 고윤정. tvN 제공.
-극 중 고윤정의 끊임없는 구애로 결국 연인이 된다. 로맨스 이야기에 대해 일부 시청자 반응이 엇갈렸는데.

“처음에는 두 캐릭터의 로맨스가 유추할 수 있는 정도만 나와 있었어요. 그러다 오이영이 구도원의 손을 잡는 장면을 보고서야 로맨스가 있단 걸 알았죠. 전 자기객관화가 잘 돼 있는 편이라 당연히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가 (고)윤정이를 짝사랑하는 거면 몰라도, 윤정이가 나를 좋아하는 설정이면 시청자들이 과연 납득할까 싶었죠. 로맨스에 대한 호불호 반응도 시작하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했고, 당연히 그런 얘기가 나올 거라 확신해서 기분도 안 나빴어요. 실제로 감독님께 '괜찮을까요?'라고 묻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캐릭터가 주는 힘이 있을 거라 말해줬어요. 구도원이 비현실적으로 멋있는 캐릭터니까 제가 잘 소화만 한다면 여론이 분명 바뀌고, 시청자를 설득시킬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들기도 했죠. 그래서 좋아하는 분이 있다면 싫어하는 분도 있는 게 당연하단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어요. 이성이 설레는 포인트에 대해 스태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 안 붓게 밤에 많이 안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서 연기를 준비했습니다.”

-실제 8살 연하인 고윤정과 로맨스 연기를 하기 전 조언을 해준 것이 있나. 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등 후배들과 농담을 나누며 친해졌다고 하던데.

“(고)윤정이에게 따로 연기에 대한 말을 해준 건 없었어요. 윤정이는 정말 최고의 파트너였죠. 구도원은 오이영의 리액션이 다 만든 캐릭터라 확신해요. 윤정이가 구도원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눈빛으로 연기해줘서 촬영하면서도 항상 깜짝 놀랐어요. 윤정이를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1년차 레지던트 친구들과 촬영하면서는 무조건 빨리 친해져야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저도 전에 선배들 사이에서 눈치 보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이 친구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했어요. (한)예지 같은 경우는 띠동갑이 넘는데, 나이차를 안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임에도 일부러 농담도 더 많이 하고, '만만하게' 보이려고 애썼죠. 원래 카리스마가 좀 없기도 하고요. 후배들이 다 착하고 어우러지는 성격들이라 다행히 금방 친해졌고, 서로 아이디어를 많이 내면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모두에게 고마웠죠.”

-지난해 시작된 의료계 파업 영향으로 드라마 방영이 1년여 정도 늦어졌다. 초조하진 않았나. 주변에서도 걱정이 많았을 것 같은데.

“6개월 가까이 찍은 드라마의 방송이 밀리게 되니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제작진이 걱정하지 말라고 확신을 줬어요. 그래서 우리끼리도 '으쌰으쌰'하면서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서로를 다독였죠. 지인들도 걱정을 많이 해줬는데,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마음을 놓고 버티는 심정으로 기다렸죠.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아서 감사했어요.”

배우 정준원.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갑작스러운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구도원이란 캐릭터를 이렇게 멋있게 봐주실 거라고는 생각 못해서, 그런 반응들이 가장 뜻밖이에요. SNS에 외국어 댓글이 정말 많아졌고, 시작할 땐 3000여 명이었던 구독자가 지금은 37만 명이 넘어요. 전 3000명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 상황에 현실감이 안 들어요. 기본값으로 돌아갈 거란 생각은 항상 하죠. 종영하고 나면 언젠가 반응은 가라앉을 거니까요. 저는 원래 하던 대로 연기하면서 다른 작품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10년 동안 힘든 시기가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많이 해소가 됐나.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캐릭터들이 화면에 많이 비쳐지는 역할은 아니었어요. 연기자 입장에서는 나도 더 많이 보여지고 싶고, 기회를 주면 잘할 자신이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좀처럼 갈증이 해소가 안 됐죠. 그런 채로 시간은 가고, 나이를 먹어가니 고민이 많이 들 수 밖에 없죠. 그런데 비슷한 역할을 받는 또래 연기자들은 다 비슷한 상황일 것 같아요. 연기라는 게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의지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내 잘못이 아닐 거야'라는 자기최면으로 그 시간을 버텼죠. 그러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다행히 이번 작품으로 연기적 갈망을 많이 해소했어요. 연기를 한지 10년이 된 지금 비로소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음'으로 나아가야겠단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배우 정준원과 고윤정. tvN 제공.
-'언슬전'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시즌2가 나온다면 어떨까.

“처음으로 멜로의 주축을 담당했는데, 내가 가진 것들이 과연 세상에 통할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섬세한 감정을 시청자에 설득시키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았고요. 다행히 제작진과 윤정이가 다 만들어준 덕분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기뻐요. 저 또한 멜로를 할 수 있겠다는 자그마한 가능성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언슬전' 시즌2가 만들어져서 출연 제안이 오면 당연히 하고 싶죠. 아직 생각을 안 해봤는데, 그 때가 되면 오이영과는 좀 더 성숙한 연애를 하는 장면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결혼을 했을 수도 있고요. 구도원이 행복해진 시즌1 결말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hll.kr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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