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침 무서워 살충제 뿌리나요? 국내 야생벌 90% 사라져···오늘 세계 벌의 날 [인터뷰]

고은경 2025. 5.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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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은 세계 벌의 날이다.

야생벌은 화분 매개뿐 아니라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작 관심에서는 밀려 있다.

국내에서 20년 이상 야생벌을 조사해 온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업 연구관 겸 벌 연구모임인 벌볼일있는사람들 공동대표로부터 국내 야생벌의 현황과 대책 등을 들어봤다.

-야생벌이 중요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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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식 검역본부 연구관, 20년 야생벌 연구
살충제 줄이고 벌이 살아갈 공간 마련해야
국립수목원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참호박뒤영벌. 벌볼일있는사람들 제공

20일은 세계 벌의 날이다. 2017년 유엔(국제연합·UN)이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이다. 2006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벌이 집단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현상인 '꿀벌 군집 붕괴 현상'(CCD)이 처음 보고된 이후 꿀벌 실종은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사람이 이익을 위해 기르는 양봉(養蜂)벌 가운데 꿀벌(국내에는 서양에서 온 양봉꿀벌과 국내 토종 재래꿀벌로 구성)에서 발견한 현상이다. 양봉벌에는 꿀벌 이외에 토마토 등 농작물 수정용으로 기르는 서양 뒤영벌도 포함된다.

그나마 경제성이 있는 꿀벌에 대한 관찰과 연구는 진행되고 있는 반면 사람이 가축화해 기르지 않는, 야생벌에 대한 연구와 조사는 미미한 실정이다. 야생벌은 화분 매개뿐 아니라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작 관심에서는 밀려 있다. 국내에서 20년 이상 야생벌을 조사해 온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업 연구관 겸 벌 연구모임인 벌볼일있는사람들 공동대표로부터 국내 야생벌의 현황과 대책 등을 들어봤다.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업 연구관 겸 벌 연구모임인 벌볼일있는사람 공동대표가 야생벌을 촬영하고 있다. 벌볼일있는사람들 제공

-야생벌 수도 줄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로 파악하고 있나.

"서울 도시생태공원과 접근이 용이한 농경지를 주로 가는데 두 곳에서 모두 9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시생태공원에서는 말벌류와 꽃벌류(화분 매개를 담당하며 애벌레가 꽃가루를 먹는 벌들) 수가 크게 줄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벌 혐오에 따른 대응과 무관하지 않다. 살충제를 사용하거나, 군체 발견 시 주로 제거해 왔기 때문이다. 농경지에서도 강한 살충제를 사용하면서 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 수가 줄었다.

벌의 감소를 말할 때 개체 수뿐만 아니라 종도 같이 고려해야 하는데 종의 경우 무슨 종이 서식했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줄고 있어 큰 문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벌목 곤충에 대한 연구와 조사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생벌의 일종인 수염줄벌의 모습. 벌볼일있는사람들 제공
개망초 위에 앉아 있는 노래기벌. 환경부 제공

-야생벌에서도 CCD 현상이 나타나고 있나.

"야생벌 중에서는 말벌류나 뒤영벌류가 사회성 봉군을 형성하지만 봉벌처럼 지속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있지 않기 때문에 CCD 현상이 관찰되지 않고 있는 것뿐이다. 하지만 벌 종과 개체 수가 심각한 수준으로 줄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야생벌 감소 현상이 더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조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야생벌이 중요한 이유는.

"야생벌은 시기별, 지역별 꽃 피는 식물과 공진화(두 생물종이 서로 진화하고 적응하는 현상)를 통해 화분매개를 하므로 생물종 다양성을 유지하고, 멸종위기 식물들의 보존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해충의 밀도를 낮추는 천적으로, 생물 그물망의 구성 요소다.

양봉꿀벌과 재래꿀벌은 가축으로 지정돼 사람들이 관리를 하고 나라에서 예산과 조직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야생벌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공기 같은 존재로, 많이 사라졌지만 관심 있는 사람들만이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생벌은 그 기록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좀뒤영벌 암컷의 모습. 벌볼일있는사람들 제공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참호박뒤영별에 대한 연구도 한다고 들었다.

"뒤영벌류가 전체적으로 수가 줄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참호박뒤영벌은 가장 급속도로 수가 줄어 찾아보기 힘들다. 공동 대표로 있는 벌 관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인 '벌볼일있는사람들' 회원들과 참호박뒤영벌을 찾아다니며 조사하고 있다."

벌볼일있는사람들 회원들이 야생벌에게 필요한 집을 지어주는 비하우징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벌볼일있는사람들 제공

-야생벌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야생벌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공존해 온 생물이다. 가축화한 꿀벌도 있지만 야생벌 중 꽃벌은 식물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 꼭 필요한 생물이라 별도로 부를 정도로 인류 문명과 밀접하다.

야생벌을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이 벌을 무서워하고 혐오하는 것을 완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무고한 벌들을 살충제로 죽여서는 안 된다. 또 야생벌의 70%는 땅에 집을 짓고 사는데 콘크리트로 덮어버리면 살아갈 수가 없다. 즉, 벌들이 집을 짓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이 때문에 벌볼일있는사람들은 벌들에게 집을 제공하는 '비하우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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