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작가 다와다 요코 “이중언어는 ‘벗어남’의 경험…모든 작품 ‘0’에서 출발”
일본어·독일어로 창작…母語 밖의 ‘엑소포니’
“침묵은 민주주의의 독…AI 번역은 성공 못 해”
![다와다 요코 작가가 19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2025 세계작가와의 대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0/ned/20250520071439365ywnl.jpg)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 개 언어로 창작을 하다 한계에 부딪쳤을 때 다른 언어로 도전해 보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고, 지금 하는 것을 타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외국어든, 현대 어린 학생들의 언어든, 방언이든 어떤 형태로도 모어(母語, 태어나 처음 습득한 언어)에서 벗어나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일본어와 독일어로 소설을 쓰는 세계적 작가 다와다 요코가 ‘이중언어’를 통한 작품 활동의 장점을 역설했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개최하는 ‘2025 세계작가와의 대화’를 위해 한국에 방문한 다와다 요코는 19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독일어로 작품을 하다 일본어로 전환하려면 일본어가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단어가 생각이 안 나기도 하고, 일종의 기억상실 상태가 돼서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 큰 에너지가 소모된다”면서도 “문학 작품은 항상 ‘0(영)’에서 출발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데 이중언어는 그런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다와다 작가는 1982년 와세다대학교 러시아문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이주했다. 1979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넘어간 경험에 이어 22살 때 함부르크에 연수 사원으로 가면서 독일어에 빠져들었다. 1990년 함부르크대학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2000년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으며 독일어를 제2 언어로 삼아 창작을 해 왔다.
작가의 모어와 다른 언어로 작성된 문학 세계를 보통 이중언어 작가 또는 디아스포라·이민 문학으로 분류하지만, 다와다 작가는 이를 ‘엑소포니(Exophony·모어 밖으로 나가는 행위)’라는 보다 적극적인 개념으로 설명한다. 모국어의 바깥으로 나가 새로운 언어와 만나 기존에 없었던 다른 방식의 표현을 만들고, 언어의 차이를 넘어서는 문학의 언어를 찾아나가는 여정이다. 이는 인간의 언어 바깥까지 지향한다.
다와다 작가는 독일로 떠난 후 한자 문화권, 동아시아 문화권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지구에 아로새겨진’, ‘별에 아른거리는’, ‘태양제도’ 등 이른바 히루코 3부작에는 주인공 히루코가 잃어버린 모어를 찾아나섰다 이국어에 들어가 자신만의 언어를 만드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모어 바깥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두려워하거나 걱정하는데 나감으로 인해 오히려 더 자기 삶의 가능성이 넓어질 수 있고, 더 많은 친구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소 언어유희를 즐겨 쓰는 것도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다와다 작가는 “같은 소리의 단어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가 갖는 사고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상투적 생각이 이어지는 것 아니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의 작품에는 유머를 곁들인 수다가 펼쳐진다. 수다는 민주주의를 지탱할 수 있는 요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와다 작가는 “일본에서는 10~20년 전쯤부터 학생들이 논쟁적 분위기가 되는 것을 꺼려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독일은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의견을 내며 얘기한다”며 “침묵은 굉장히 위험하다. 대화하고 수다를 떨지 않으면 모든 사람의 의견이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상한 인공지능(AI)을 통한 번역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AI 번역은 매년 질이 떨어질 것이란 설을 들었다. 불특정 다수의 번역 정보로 학습하다 보니 질이 떨어지는 문장도 그만큼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중언어 작가의 경우 보통 두 언어권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든데, 다와다 작가는 독일과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1993년 ‘개 신랑 들이기’로 아쿠타가와상, 2003년 ‘용의자의 야간열차’로 다니자키준이치로상, 2013년 ‘구름 잡는 이야기’로 요미우리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독일에서는 2005년 독일어 및 독일과의 문화 교류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괴테 메달, 2016년 신진 작가에게 주어지는 클라이스트상을 받았다. 2018년 ‘헌등사’의 영어 번역본으로 전미도서상 번역문학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2011년 ‘서울국제문화포럼’ 때 한국에 첫 방문 후 여러 차례 방한한 그는 이번에도 다양한 자리를 통해 독자들과 한국 작가들을 만난다. 20일에는 낭독회 및 작가와의 대화가, 21∼22일에는 북토크가 열린다.
또 22일 김혜순 시인과 비공개 특별 대담을 가질 예정이며, 대담 내용은 다음 달 발간되는 계간 문예지 ‘대산문화’ 여름호에 수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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