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달러’의 위상은 ‘달라’졌나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를 기점으로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도 논란이 커졌다. 정확히는 미국의 통화인 달러 자산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 논란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서부터 트럼프 취임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활발하게 진행된 ‘미국 예외주의’에 따른 가격 움직임과는 완전히 다르다. 달러 자산에 대한 의심은 외환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인 유로화, 엔화에 견줘 큰 폭으로 하락하며 종전까지 이어졌던 달러 강세 구도에 변화가 발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으로 인해 다른 통화들에 비해 유독 부진했던 한국 원화에 비해서도 연초 대비 약세 전환했다.
달러 약세는 자연스럽게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다. 위기 상황에서 강했던 금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달러화 보유에 대한 불안감을 표했고, 전통의 안전자산인 미 국채(TB) 금리는 급등(가격은 하락)했다.
흔들리는 달러로 인해 대체 통화로 꼽힐 만한 유로화, 위안화 등이 대안으로 언급됐고, 그 결과 해당 통화로 표시된 국채에 대한 관심 역시 커졌다. 아울러 스테이블 코인이 달러 대체 자산으로의 가능성을 타진 중이며, 비트코인 역시 달러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이른바 달러에 대한 대체 자산 혹은 투자처로서의 위상을 넘보는 통화나 자산 역시 한계는 분명하다. 유로화가 달러의 대체 자산이 되려면 경제력 외에도 정치·군사·자원 등 ‘주권적 통제력’을 갖춰야 하지만 아직 부족하고, 위안화는 자본 통제, 환율 개입, 제도적 신뢰 부족 등의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금은 유동성이 낮고 결제 수단 기능 자체가 없다. 스테이블 코인은 규제 불확실성, 신뢰 부족 문제가 걸려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결제 수단 기능이 없을 뿐 아니라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달러가 지닌 막강한 범용성이 ‘포스트 달러화’ 논의를 무색하게 한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외화보유액에서 미국 달러화 보유 비중은 57.8%로 다음 순위인 유로화 19.8%, 엔화 5.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물론 연간 단위로 볼 때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2위권과의 격차는 아직 큰 편이다.
국제 결제 통화로서 달러의 지위 역시 여전히 탄탄하다. 2023년 기준으로 달러의 비중은 46.6%로 유로화(24.2%), 파운드화(7.2%), 엔화(3.4%) 등과 비교할 때 상당한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호주 달러 비중은 1.9%이며, 중국 위안화 역시 1.8%에 그치고 있다.
달러화 및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도 문제는 반복적으로 제기되곤 한다. 특히 무역, 재정 적자 등 이른바 쌍둥이 적자로 대표되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대외 취약성을 논할 때마다 끊임없이 언급된다. 하지만 달러 외 통화나 자산군들이 지닌 취약성과 한계, 무엇보다 범용성을 고려하면 달러의 위상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채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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