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달팽이처럼 / 신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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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을 따라온 강물처럼』은 신필영 시인의 단시조집이다.
그러면서 인격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시인은 자신을 낮출 줄 알기에 더 크게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달팽이처럼은 간결하고 간명한 시편이다.
하여 단시조집 『산맥을 따라온 강물처럼』은 꽃 한 송이와 만나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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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처럼 / 신필영
알고 가는 길도/ 양발이 부르트는데// 가본 적 없는 이 길/ 그래도 가당한가// 여린 뿔/ 짐작만 믿고/ 종일토록 밀고 가는
『산맥을 따라온 강물처럼』(2025, 가히시선)
『산맥을 따라온 강물처럼』은 신필영 시인의 단시조집이다. 1983년 등단이니 시력이 반세기에 근접하고 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시조의 밭고랑을 일구어 왔다. 기실 이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그는 서문 시인의 말에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한동안 곁에 머물고 있던 단수 시편들을 모아 보니 난데없이 허전하다. 별맛 없이 별난 맛이 이런 걸까. 지나치지 않게, 구차하지 않게, 늘 이런 생각이었지만 불민한 지혜와 재주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실하거나 여리거나……이렇듯 산문시 같은 첫말을 읽으면서 그의 넉넉한 풍모를 엿본다. 겸양을 보이면서도 내면의 결기가 느껴진다.
손진은 문학평론가는 작품 해설 「'별맛 없이 별난' 유현의 미적 세계」라는 제목으로 첫째 사이로 바라보는 존재의 비밀, 둘째 젖음, 존재 이동의 근저, 셋째 삶과 시의 겹침 혹은 균형, 넷째 시조 삼 장의 바늘에 산천과 우주 넣기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 인상적인 분류다. 그러면서 인격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시인은 자신을 낮출 줄 알기에 더 크게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별맛 없이 별난 미적 세계를 가지고 있는 요인에서 그 사실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달팽이처럼」은 간결하고 간명한 시편이다. 화자는 질문한다. 알고 가는 길도 양발이 부르트는데 가본 적 없는 이 길 그래도 가당한가, 라고. 여기서 제목이 달팽이가 아니고 달팽이처럼인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누구의 인생이든지 다들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그러므로 막막한 길이다. 예측 불허여서 불안이 늘 따른다. 설혹 가당하지 않더라도 가야 한다. 그런데 화자는 여린 뿔 짐작만 믿고 종일토록 밀고 가는 달팽이의 행진이 심히 저어스럽고 걱정되어서 연민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인생이 꼭 그와 같이 않는가 하고 넌지시 일러주는 듯 하다.
「잠시」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비가 막 그친 뒤 젖어 있는 어깨 위나 새들이 날아갔어도 흔들리는 전깃줄 순간이 메아리로 남아 그 언저리 울리는. 다음은 「털목도리」다. 둘둘, 감겨든다. 목덜미 깊숙한 곳 영하 십몇 도의 된바람을 받아내며 끝까지 내 편이라고 속속들이 파고든다. 이렇듯 일상의 사물이나 미묘한 풍경을 통해 얻은 소재를 육화하여 감동을 안기고 있다.
시조가 무한정 좋기에 그는 붓을 놓지 않는다. 하여 단시조집 『산맥을 따라온 강물처럼』은 꽃 한 송이와 만나 빛나고 있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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