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귀농귀촌인] 식용 꽃·허브 재배하는 황혜선씨 | 디지털농업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5월호 기사입니다.
“항공 승무원이 되고 싶었는데 차선책으로 비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비서로 근무할 때였어요. 함께 일하던 부장님이 꿈이 뭐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꿈이 없더라고요. 자존감도 낮고 매사에 부정적인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죠. 그때부터 영어 강의를 듣고 국비 지원 ‘화훼장식기능사’ 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꽃이 마냥 좋더라고요. 새로운 꿈이 생긴 거죠.”
이를 계기로 황씨는 꽃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꽃값이 지나치게 비싼 이유를 찾다가 꽃의 유통 구조와 재배 과정까지 알고 싶어졌다. 이후 황씨는 회사생활을 접고 전남대학교 원예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어렵사리 원예학과에 들어갔지만 문과 출신인 저에게 식물병리학 등 관련 수업이 정말 어려웠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밤낮없이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면서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으로 전남대 등 5개 대학이 운영하는 ‘영농창업특성화사업단’에 참여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이론 중심이 아닌 온실에서 직접 꽃을 재배하며 영농 창업까지 실습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거든요.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었죠.”
“2019년 세종시 외곽에 1300㎡(400평)의 땅을 빌려 재배가 쉬운 백일홍과 코스코스 등을 키웠어요. 또 청주 시내에 꽃집을 차리고 직접 재배한 꽃과 매입한 것들을 판매했죠. 하지만 오랜 경기 침체로 꽃시장은 하향세였고 가격 변동도 심해 운영이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꽃집에 앉아 고객을 기다리는 일이 답답하고 지루했지요.”
깊은 고민에 빠진 황씨는 계획을 변경하게 된다. 그때 마침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지원제도를 알게 돼 2021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일반 꽃 재배는 초보 농부에게 어려웠어요. 상품성 높은 꽃을 생산해 베테랑 농가와 경쟁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거죠. 그때 떠오른 게 식용 꽃과 허브였어요. 아직 시장은 작지만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지요. 온라인 위주로 판매하면 재배에 더 많은 노력을 쏟을 수 있겠더라고요.”
본격적인 귀농을 결심한 황씨는 고향 근처인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 3100㎡(950평)의 땅을 매입해 250㎡(75평) 규모의 시설하우스 3동을 마련했다.
“시설하우스에서 꽃과 허브를 재배하면서 노지재배도 하고 있어요. 팬지·비올라·마리골드·금어초·한련화·보리지·알리섬 등 식용 꽃과 애플민트·타임·바질·차이브 같은 허브가 주 품목이죠.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당일 수확해 신속하게 배송하기 때문에 고객 만족도가 높아요. 아직 식용 꽃 판매처가 많지 않아 반응이 좋은 편이죠.”
“허브는 바질을 빼면 모두 다년생이에요. 하지만 겨울엔 생장 속도가 늦어 봄부터 초겨울까지만 수확해요. 인기 품목인 바질은 1650㎡(500평) 노지에 재배하고 있고요.”
식용 꽃은 크게 봄꽃과 여름·가을꽃으로 구분한다. 봄꽃인 팬지와 비올라는 8월 말 온실에 파종해 2~3개월 후 본잎이 나오면 화분에 아주심기하고 12월 말부터 이듬해 5월까지 수확한다. 여름·가을꽃인 마리골드·금어초·한련화·보리지·알리섬 등은 2월 말 이후 순차적으로 파종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수확한다.
“생산한 꽃과 허브는 90%를 온라인 판매해요. 취급하는 품목이 특별할 게 없는 것이어서 특이 품종을 소량씩 수입해 기르지요. 색다른 품종으로 상품 차별화를 꾀한 것이에요. 홍보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에 꽃 사진을 올리는 방법으로 하는데, 특히 요리 대회를 준비하는 예비 셰프나 이색 요리에 관심 있는 젊은 층의 반응이 좋아요.”
황씨에 따르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상품을 노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쿠팡에서는 식용 꽃을 취급하는 판매자가 적어 상품이 바로 노출된다고 한다. 지금은 정기적으로 식용 꽃과 허브를 납품하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도 2~3곳에 이른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던 고객이 단골이 돼 직접 문자 주문을 한다고.
지난해부터는 식용 꽃 모종 판매도 시작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종 판매를 요청하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모종 수요는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로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1차 농산물 판매로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공품 개발에 나섰죠. 2023년 농식품부 ‘청년 농업인 경쟁력 제고 사업’을 통해 메뉴 개발을 완료했어요. 지난해엔 두 차례 네이버 해피빈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목표 금액의 600% 이상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죠.”
황씨가 개발한 가공품은 마리골드 페스토와 팬지 꿀, 금어초 잼 등으로 특히 마리골드 페스토는 따로 구매 의뢰가 올 정도로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개발한 가공품 3종의 레시피는 특허 등록을 마쳤어요. 올해도 생산해야 하는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았던 업체가 도산해 걱정이에요. 그래서 직접 생산까지 해보려고 현재 공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어요.”
황씨의 최종 목표는 ‘이더브’라는 브랜드를 내세운 2차 가공품 생산이다. 이를 위해 해마다 신제품을 개발할 생각이다.
“가공식품은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발해야 해요. 아직 마리골드 페스토의 반응이 좋아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로 생산할 생각이에요. 또 샐러드 소스도 새롭게 개발할 계획이고요.”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앞서 먼저 농장 운영에 내실을 기하고 싶다는 그는 “전문성을 높여 베테랑 농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소형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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