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공약체크] 9개월간 외국인 40조 매도 폭탄…누가 '증시 부양' 할 수 있을까
이재명, 김문수 모두 증시 부양 공약 내걸어
"단기 정책 변화만으로 투자 유입 기대 어려워"

지난해 8월부터 9개월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40조 원이 넘게 주식을 내다 팔았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미국발 관세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연일 매도 폭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1,400만 개인 투자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증시 부양'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에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증시 환경을 개선하지 않을 때 자칫 공약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상장주식 13조5,92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였던 2020년 3월 13조4,5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최대 기록를 갈아치웠다. 외국인은 9개월 연속 주식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의 총 순매도 규모는 무려 40조806억 원에 달했다.
李 상법 개정, 저PBR 기업 청산 강조

스스로를 '개미(개인 투자자)'라고 강조하는 이 후보는 10대 공약 목록 중 세번 째 '가계·소상공인의 활력을 증진하고, 공정 경제를 실현하겠습니다'를 통해 증시 부양 구상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제도 개선을 통해 "5년 안에 코스피가 5,000포인트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적극적 시장 개입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를 유도한다는 것이 이 후보의 구상이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상법 개정이다. 상법에 주주 충실 의무 도입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에 나서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자본·손익거래 등을 악용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를 근절하고, 먹튀·시세조종을 근절해 공정한 시장 질서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1~0.2배에 불과한 상장사들은 빠르게 청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기업의 주주환원을 대폭 개선할 것을 시사했다.
金 세제 혜택 강화, 자본시장법 개정

이에 반해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해 왔던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계승하는 한편, 개인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내용을 공약에 담았다.
그는 장기 주식 보유자 또는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배당소득을 분리 과세한다고 약속했다. 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납부 한도와 비과세 한도도 각각 연 4,000만 원, 1,00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공약은 윤 정부 때 이미 제안된 내용이나 민주당의 반발로 통과되진 못했다. 또 김 후보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할 때가 K 자본시장을 세일즈할 적기"라며 대통령이 직접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 설명(IR) 활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추진하겠다는 현 정부 입장을 지지했다.
증권시장은 李, 재계는 金 지지 분위기

시장에선 이 후보의 공약이 증시 부양에 상대적으로 효과적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이 후보가 주식 시장에 관심도 많고 이해도가 높다"면서 "저PBR 기업에 대한 발언이나 모험자본에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보면 제대로 이행될 경우 신규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귀띔했다. 실제 17개 증권 산업 노동조합은 16일 이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의 공약이 현 정부에서 이미 추진돼 온 것인 만큼 시장 혼란을 크게 키우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을 통해 소송이 증가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오히려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며 "이미 기업들이 현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해 응답한 만큼 꾸준히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의 시장 전문가는 정부의 단기 정책 변화만으로 증시 부양이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대선마다 '코스피 3000', '코스피 5000' 등의 주장이 있었지만, 코스피는 장기간 박스권에 갇혀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역대 정부에서 여러 현안이 생기면 자본시장 과제들은 뒷전으로 밀리면서 공약이 구호에만 그쳐왔다"며 "상법 개정, 세제 개편, 공매도 제도 개편 등 고쳐야 할 것들이 산적한 만큼 정권 차원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중요한 경제정책으로 보고 긴 호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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