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트럼프 대외정책의 일관성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2025. 5. 2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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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도널드 트럼프는 변덕스럽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일관성이 있다. 그는 무엇보다 미국 경제, 특히 미국 제조업의 쇠락을 되돌리고 싶어한다. 지표만 본다면 미국 경제는 좋다. 하지만 IT 등 첨단 지식산업에서만 초호황을 보이고 대부분 전통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트럼프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본진이 보기에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민주당과 엘리트들이 추진한 미국의 패권추구와 세계화다.

미국 민주당 등이 이끌어온 세계화, 즉 '팍스 아메리카나'에서 승자는 미국 엘리트와 중국이다. 양자는 교묘하게 한 배를 탔다. 미국은 달러패권을 가지고 종이돈인 달러를 찍어 마음대로 전쟁도 하고 국가적 사무를 확장할 수 있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 거대한 '전쟁머신'을 만들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연방정부 조직을 확대했다. 이러한 연방관료 조직은 하버드, 예일 등 이른바 아이비리그 출신이 채웠다. 이들은 모두 국제주의자, 개입주의자이자 '큰 정부' 옹호자다. 트럼프와 마가주의자들은 그들을 '딥스테이트'(그림자정부)라고 부른다.

달러패권은 미국 내 산업을 망가뜨리는 부작용도 낳는다.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 때문이다. 달러가 국제화폐로 통용된다는 말은 해외로 흘러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무역적자를 의미한다. 이 달러패권과 무역적자 메커니즘은 중국의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참여로 규모가 더욱 커졌다. 달러가 국제화폐가 돼 달러는 '강달러'가 됐고 미국 제품들은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약화했다. 반대로 인구 14억명의 중국은 싼 노동력으로 전 세계 제조업을 빨아들였다. 애플 제품들에 찍혀 있는 대로 '캘리포니아가 설계'하고 '중국에서 제조'하는 식으로 분업이 발생했다. 설계를 맡은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은 수억 원의 연봉을 받지만 미국의 다른 지역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무역흑자를 보는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구매하면서 달러를 미국으로 환류시켰고 이로 인해 '약위안화'가 지속됐다. 중국 제조업과 미국의 러스트벨트는 확대됐다.

오렌 캐스, 스티븐 미란 같은 트럼프진영의 경제학자, 논객들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 결국 트럼프와 같은 그림이다.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중국과 헤어지는 것이다. 오렌 캐스는 미국 경제권과 중국 경제권으로 세계 경제를 분할하자고 제안한다. 스티븐 미란은 결국 '마러라고 합의' 같은 형식으로 '약달러'를 만들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해외 안보공약을 축소하고 동맹국들에 안보비용 공동부담을 요구한다. 결국 미국의 패권적 부담을 줄여 국내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달러패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상자산(암호화폐) 활성화도 이야기하는데 이것 역시 국내 제조업 살리기가 최종 목적이다. 우리는 트럼프의 일견 변덕스러워 보이는 정책들에 이러한 일관성이 있음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대비해야 한다. 그가 한국의 차기정부에 내놓는 계산서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대외정책과 마가운동은 미국 내 제조업 살리기를 정조준한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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