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일본 고교 동아리 '청소부'의 감동과 교훈

일본 도쿄도 인근 사이타마현에 있는 현립 고등학교인 가와구치 공업고등학교에는 전국에서 유일한 콘셉트의 이색 동아리가 있다.
고교 동아리 활동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난 뒤 모여서 악기를 다룬다든가 미술이나 연극 등 특별한 취미활동을 공유하며 학창생활의 추억을 쌓아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특별한 동아리는 그런 평범한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다.
우선 이 동아리는 방과 후 교복을 벗고 공군 조종사들이나 입을 법한 점프슈트로 갈아입는다. 그것도 동아리 멤버들이 색깔이 다른 총천연색의 점프슈트를 각각 입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데 그 '작업'은 다름 아닌 청소다.
전국 유일의 고등학교 청소동아리인 가와구치 공업고교 청소부(掃除部)는 일반 학생들이 교실이나 복도 등을 빗자루 정도로 청소해도 지워지지 않는 더러운 얼룩, 긁힌 자국 등을 특수기계나 장비를 활용해 깨끗이 지워내는 미션을 수행한다.
이들은 학교 내부뿐만 아니라 인근 슈퍼마켓 주변과 주변 공원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왕성한 활동을 통해 교내외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
실제로 공항이나 대형 빌딩에서나 볼 수 있는 특수광택 장비인 폴리셔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학교 내 구석구석까지 반짝반짝 광을 낸다. 할리우드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에 등장하는 특수요원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현재는 3학년 3명, 2학년 5명으로 총 8명의 학생이 있다. 전에 24명까지 있었는데 올해 초에 졸업한 선배 인원이 많았던 탓에 지금은 그 수가 상당히 줄어 1학년 신입생을 대거 충원해 보다 큰 규모의 동아리 활동으로 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멋진 '클리셔'를 실제로 조작하며 모집활동 중이다.
이 동아리의 위상은 교내에만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친다.
전국 고교생(15~18세)이 정해진 구역 내에서 쓰레기 픽업을 겨뤄 '고교생 쓰레기 픽업 일본 제일'을 결정하는 전국 대회인 '스포 GOMI(일본어로 쓰레기) 고시엔'에 6회 출전해 이 중 3회 우승컵을 거머쥔 것이다
정식 명칭 '바다와 일본 프로젝트 스포 GOMI 고시엔'인 이 대회는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식을 테마로 주로 대도시에서 개최되며 바다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일본 재단법인 바다와 일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도시에서 개최되는 이유는 바다로 가는 쓰레기의 원천이 도심에서 시작된다는 발상에서다.
지난해 사이타마현 예선을 통해 도쿄 시부야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해 전국 47개 도도부현에서 모인 강적을 물리치고 우승을 한 가와구치 공업고교 청소동아리는 일반 교내 청소활동 외에도 구글맵을 통해 대회 지역을 집중탐색, 분석, 연구하고 공업고교답게 대회에서 사용할 장비들을 직접 제작하는 등 갖은 노력 끝에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렸다.
사실 이 청소부 동아리는 이 학교 마키노세 다카코 선생님이 2006년 이 학교에 부임했을 때 교내의 더러움에 놀라 당시 1학년과 함께 청소를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돼 2007년 동호회로서 청소부가 탄생했고 이후 '스포 GOMI 고시엔'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2020년 동아리 활동으로 승격했기에 고시엔과 인연은 깊다.
그후 줄곧 이 동아리 고문을 맡은 마키노세 선생님에 따르면 밖에서 소문을 듣고 열심히 청소하는 고교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폴리셔 제작사가 장비를 기증하고 합숙장소까지 일부러 찾아와 장비 사용법도 강의하거나 특수의류를 만드는 회사에선 멋지고 컬러풀한 점프슈트들을 제작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이 동아리 출신들이 사회로 나가 취업면접에 임할 때 이렇게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찾아 봉사하고 나아가 지구환경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전국대회까지 우승한 동아리 활동내용을 어필하면 큰 강점이 되는 것 같다는 예기도 건넨다.
미래 지향적이고 이상적인 '산학협력'의 참모습이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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