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진의 그 사람의 글씨] [7] P의 둥글림에 깃든 작곡가 푸치니의 관대함

구본진 필체 연구가·변호사 2025. 5. 2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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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서명.

이탈리아 소도시 루카의 푸치니 생가 앞에서 산 토스카 제작 수첩(Tosca Copia di lavoro del libretto)은 푸치니의 필적을 분석할 드문 기회를 준다. 푸치니의 글씨는 단순한 악보 지시를 넘어서, 작곡가로서 느끼는 감정과 극적 긴장을 어떻게 설계했는지를 보여준다.

예컨대 G단조의 악절(pezzo in sol minore), 매우 부드럽고 죽은 듯이(dolcissimo mortuo)와 같은 메모는 그가 얼마나 세심하고 감정 흐름에 민감한 작곡가였는지를 증언한다.

서명과 필체의 구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푸치니는 감정에 민감하고 직관에 의존하는 한편 자신과 타인을 향한 강한 보호심과 충동성을 함께 지닌 인물이었다. 특히 ‘P’의 루프가 넓고 크게 형성되어 있어 보호 본능과 관대함이 드러난다. 이는 아들 안토니오를 향한 깊은 애정, 그리고 생전에 비서, 운전기사, 조연출 등 주변인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삶의 태도와도 연결된다.

반면 ‘y’의 루프가 아래로 깊이 내려간 것은 성적 상상력과 물질주의적 경향을 암시한다. 실제로 푸치니는 여성 편력으로도 유명했으며, 고급 자동차, 요트, 별장을 소유하는 등 사치스러운 삶을 즐겼다.

‘i’의 점이 오른쪽 위로 치우쳐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즉흥성과 직관을 중시하는 성격을 반영하며, 푸치니가 악상의 전개나 극적 장면 구성에서 논리보다는 감정 흐름에 따라 작곡하는 방식을 선호했음을 뒷받침한다. 예컨대 ‘라 보엠’의 아리아(Che gelida manina)나 ‘토스카’에서 스카르피아가 죽은 직후의 정적 등은 모두 그의 직관적 감수성이 빚어낸 장면이다. ‘m’ 자가 ‘u’처럼 보이는 점은 건강에 대한 불안, 즉 건강 염려 기질을 시사한다. 실제로 그는 신체적 이상에 과도하게 몰두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면모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푸치니의 필체는 그가 감정과 직관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예술가인 동시에 복잡한 내면과 충동적 성향을 지닌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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