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81] AI가 바꾼 대학 강의실 풍경

최근 확연히 달라진 대학 강의실 풍경은 학생들이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켜놓고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다. 교수의 설명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바로 AI에 물어보고, 어려운 개념이나 공식에 대한 해설도 청해 듣는다.
교수는 물론 대학원 조교에게도 질문하기가 어려웠는데, 챗GPT는 이런 불편함이 없다. 사실 학생만이 아니라 교수도 생성형 AI에 크게 의존한다. 이런 저런 주제에 관한 연구 동향을 물어봐서 브레인 스토밍을 하기도 좋고, 마치 동료에게 하듯이 자기 아이디어에 관해 논평을 청하기도 한다. 학생에게는 마음씨 좋은 교수나 조교, 교수에게는 성실한 대학원생이나 ‘포닥’이 생긴 셈이다.
이렇게 교육과 연구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생성형 인공지능의 윤리적 사용에 관해서는 합의한 게 없다. 2024년 미국과 영국의 대학에서 한 조사를 보면, 여러 대학이 독서 과제 요약과 정리, 아이디어 생성, 번역에 생성형 AI를 학생이 쓰는 것을 허용하지만, 성적을 내야 하는 시험이나 과제 작성 때는 사용을 금지한다. 대학은 학생이 생성형 AI를 사용하였으면 밝히도록 하고 있지만, 숙제를 생성형 AI로 작성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효과적 프로그램은 아직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
지난주 네이처(Nature)에 오른 논문은 5000명이 넘는 과학자에게 생성형 AI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의견을 듣고 이를 정리했다.
대다수 과학자가 논문 교정이나 번역에 생성형 AI를 쓰는 것은 괜찮다고 답했지만, 논문 초고를 작성하거나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요약해서 사용하는 데 생성형 AI를 쓰는 일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그렇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나이가 어려질수록 더 많은 연구자가 생성형 AI를 실제 연구에 사용했고, 그 사용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제 10년 후면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생성형 AI를 친구이자, 선배이자, 멘토로 삼은 세대가 연구자가 될 것이다. 인간과 AI가 협력해서 연구를 담당하는 10년 후 세상에서, 우리가 아는 과학은 종언(終焉)을 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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