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새긴 한국의 얼, 40년을 돌아보다

김여진 2025. 5. 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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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까지 함섭 작가 회고전
‘신명’·‘한낮의 꿈’ 등 연작 전시
전통 오방색 활용 회화세계
고향 춘천의 풍경·정서 구현
▲ 함섭 회고전 ‘춤추는 바람(Whirling with the Wind)’ 전시 전경.

한지 추상의 선구자로 불리는 춘천 출신 고 함섭 작가의 생명력 넘치는 작품세계가 서울 용산의 봄을 물들이고 있다.

함섭 회고전 ‘춤추는 바람(Whirling with the Wind)’이 그가 전속 작가로 활동했던 갤러리 BHAK(대표 박종혁)에서 오는 24일까지 열린다.

우리나라 전통 오방색을 활용한 한지 회화의 세계를 구축한 함 작가의 주요 연작들을 한 자리에서 보며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다. 2010년 이후 이 전시장에서 열리는 14년만의 회고전이기도 하다.

함 작가가 활동 초기인 1984년 무렵부터 제작한 연작 ‘신명(Enthusiasm)’과 1995~2010년 작업한 ‘한낮의 꿈(Day Dream)’ 연작, 이후 고향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 온 ‘고향(One’s Hometown)’ 등 40여년간 선보인 연작이 모두 모였다.

함 작가는 작품 제작 과정 자체를 내면 속 ‘신명’을 깨우는 예술로 삼았다. 한지를 물에 적셔서 찢고, 솔로 두드리고, 다시 짓이기는 행위를 반복해 구성한 화면은 전통무용이나 꽹과리·장구 등을 두드리는 사물놀이, 굿판의 원색 깃발 등과 맥을 같이 하면서 한국의 뿌리 깊은 미의식과 에너지, 풍류를 담아냈다. 초기 연작 ‘신명’에 특유의 선율감과 질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 함섭 ‘한낮의 꿈(Day Dream)’ 연작.

‘한낮의 꿈’의 경우 표현 에너지가 작품 안으로 응집되기 시작한 연작이다. 한지가 품고 있는 물성 자체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흙을 반죽하듯 주무르며 한지를 붙여 만든 작품들은 색동저고리, 떡판의 오묘한 문양 등 우리네 생활 속 숨결과 문화가 어우러졌다. 다양한 해외 아트페어에서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 활동 정리 후 2010년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 온 함 작가는 12년간 이곳의 풍경과 정서를 작품으로 구현했다. 주류 화단이나 사조에 속하기 보다는 귀향을 통해 해방을 이루고, 기쁨을 얻은 그가 개인과 민족의 역사적 원형을 어떻게 사유했는지 알 수 있다.

작가는 생전에 “일련의 색과 면과 선들은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고향의 풍요다. 내 삶과 작품은 한결같이 한국적 정신에 입각한 것”이라고 했었다.

함 작가는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 매년 바젤 아트페어를 비롯한 굵직한 세계 주요 미술행사에 ‘한지 미학’을 통해 한국의 얼을 선보였고, 전 작품을 완판시켰다.

그와 함께 했던 박종혁 BHAK 대표는 “회고전을 준비하면서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함섭 작가와 그의 작품이 많이 닮아있음을 느꼈다”며 “그가 그려낸 삶과 문화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연속성과 보편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춘천고와 홍익대 서양화과, 동국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함 작가는 2010년 춘천 신동면에 ‘함섭 한지아트스튜디오’를 열어 운영하면서 작품활동을 이어갔고, 강원지역 안팎의 굵직한 전시에 꾸준히 출품하면서 강원화단을 풍성하게 했다. 강원도 문화상, 대한민국 미술인상 본상, 화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지난 해 2월 8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김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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