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27. 노추산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와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사이 첩첩산촌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참으로 고명(高名)한 이름을 가진 산이 있습니다. 노추산(魯鄒山)입니다. 공자의 노나라와 맹자의 추나라에서 따왔으니, 범상치 않은 이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신라시대 설총과 조선시대 율곡 이이 선생이 이 산에서 수학하고, 마치 중국의 ‘공맹’처럼 학문을 크게 이루었기에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노추산 8부 능선쯤에 다다르면, ‘이성대(二聖臺)’라는 사당이 있는데, 이름 그대로 두 분 성인, 설총과 율곡을 모신 곳입니다. 까마득한 산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지만, 지금도 해마다 이곳 이성대에서는 두 성인의 유덕을 기리는 제례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산 중턱에 사찰 암자가 있는 경우는 흔하지만, 노추산처럼 성현을 모신 사당이 있는 곳은 드물기 때문에 더 이채롭습니다.
노추산이 있는 곳은 백두대간 마루금 언저리입니다.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는 곳이죠. 국내 최대 규모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인 ‘안반데기’가 지척에 있고, 3000개 돌탑으로 유명한 ‘모정탑(母情塔)길’이 강릉 쪽 노추산 골짜기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또 수직 높이 127m에 달하는 인공폭포인 오장폭포와 정선아리랑 유적지로 널리 알려진 아우라지 또한 지근거리이니, 관광을 겸한 산행으로도 제격인 곳입니다.
해발 높이는 1322m. 정선과 강릉 방향에서 모두 산행이 가능하지만, 정선의 구절리 절골이나 중동 입구에서 이성대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왕복 8∼10㎞ 정도 코스를 많이 이용합니다. 이성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탁월하고, 너덜바위길 등을 지나는 산행 재미가 더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두메산골, 두문동에 숨어사는 선비 같은 산이어서 만나러 가는 길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봄·여름에는 모정탑길 일원을 중심으로 녹음이 우거져 푸른 물로 목욕할 것 같은 청량감을 선물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요란한 잔치판을 벌이니, 이동의 수고는 보상받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덧붙여 노추산 동쪽에는 ‘사달산(四達山)’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산이 또 있는데요. 네 명의 득도자가 나올 것이라고 해 그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곳 노추산·사달산에서 설총 선생과 의상대사, 율곡 선생까지 3명이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고, 나머지 한 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하니 학문을 좋아하고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한번 새겨볼만 합니다. 먼 옛날 조선시대에 선비들의 발길이 이 심산유곡으로 이어졌던 것도 그런 이유 아닐까요?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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