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재명은 호남선, 김문수는 경부선…‘기차역 매치’ 서울 유세, 달랐던 장면은?

변문우·정윤성 기자, 백진우 인턴기자 2025. 5. 1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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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부처’ 서울 유세 돌입…李는 용산역, 金은 서울역 광장서 유권자 스킨십
李, 테러 위협에 사상 초유 ‘방탄유리’ 유세…金은 가림막 없이 지지자들과 포옹
지지층 연령, 분위기도 다소 차이…“후보들 얘기 더 들어보고 결정” 소신 발언도

(시사저널=변문우·정윤성 기자, 백진우 인턴기자)

"국민들 삶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는 후보는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 용산역 유세 현장)

"이재명은 안 된다. 진짜로 정치를 바꿀 사람은 김문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자, 서울역 유세 현장)

6·3 대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19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각각 서울 용산역과 서울역 앞에서 본격 '서울 표심 잡기'에 돌입했다.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양대 기차역을 타깃으로 남녀노소 불문 '세대 확장' 효과를 내겠다는 각오에서다. 특히 이날 유세 현장은 방탄 유리막 유무를 비롯한 각 후보 '방호' 풍경부터 지지자들의 '연령층'과 '반응'까지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보였다.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월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같은 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역 광장에서 유세를 하는 가운데 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후방에서 응원하는 모습. ⓒ시사저널 백진우

李 "진짜 빅텐트로 오라"…金은 '李 때리기' 집중

서울은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인구 930만 명이 넘는 수도답게 연령과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다양한 유권자들이 모여 있어 그간 대선마다 '캐스팅 보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서울 득표율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밀리며 고배를 마신 만큼 이번 서울 유세를 통해 승기를 잡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김문수 후보 역시 '외연 확장력'이 약점으로 꼽히는 만큼 서울 표심 사수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 기차역 유세에 먼저 시동을 건 쪽은 이재명 후보였다. 당일 오후 2시 용산역 광장은 이재명 후보의 수도권 집중 유세 현장을 보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유세 시작 1시간 전부터 파란색 풍선을 손에 든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광장에 모인 가운데, 오후 2시30분 이 후보가 등장할 때부터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까지 발길을 멈추고 유세를 관람하면서 주변 계단은 인파로 가득 찼다. 이날 유세에는 경찰 추산 1500여명, 주최 측 추산 30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유세 현장에는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은 물론,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전격 입당한 김상욱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이 후보는 김 의원이 연단에 올라오자 힘껏 환영하며 국민의힘을 '가짜 보수' '가짜 빅텐트'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가짜 보수정당에서 고생하다 이제 제대로 된 당에 왔다"며 "그 찢어진 가짜 빅텐트 몰려서 고생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진짜 빅텐트인 민주당으로 오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용산역 유세 현장 화두는 단연 '방탄유리'였다. 최근 이 후보에 대한 테러 위협이 커지면서 민주당은 대선 후보 사상 최초로 유세장에 '방탄유리'를 설치하는 등 대응 수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폭발물 탐지견이 수색한 연단에서 이 후보는 방탄유리를 방패삼아 연설을 이어갔고, 경호원들은 연신 열화상 망원경을 들고 주변을 감시했다. 일부 지지자들도 손거울과 대형 반사판을 흔들며 혹시 모를 저격수의 시야를 방해하기 위해 애썼다.

반대로 김문수 후보는 이날 오후 6시40분경 서울역 광장에 도착해 별도의 가림막 없이 연단에서 지지자들과 소통을 나눴다. 김 후보의 유세가 시작되기 전부터 현장은 국민의힘 선대위 소속 의원들과 당협위원장 등이 참석해 분위기를 돋운 가운데, 태극기와 김문수 후보를 상징하는 '기호 2번' 팻말을 손에 든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김문수'를 연호했다. 경찰 측에 따르면, 해당 현장도 용산역 유세 현장과 비슷한 규모의 지지자들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참석해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후보 유세 현장에 설치된 '방탄 유리막'은 물론, 이 후보의 '커피원가 120원' 논란 등을 꺼내들며 '이재명 때리기'에 돌입했다. 당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있는 박대출 의원은 연단에서 이 후보를 향해 "세 가지가 없다"며 "도덕성이 없고, (김혜경 여사처럼) 법인카드로 소고기 사먹고 돈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는 아무리 잘못해도 사과를 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맨 앞)과 지지자들이 5월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시사저널 백진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월19일 서울 서울역 광장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백진우

지지자들 반응도 각양각색…"사회 통합할 후보 원해"

양측 지지자들의 연령대와 단결 기류에서도 다소 차이가 엿보였다. 앞선 이 후보의 용산역 유세에선 직장인들과 학생 및 청년층이 많이 보였다. 낮 시간대는 물론 지지층 성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첫 대선 투표를 하는 지지자 손아무개씨(18)는 "국민의힘과 윤 전 대통령의 내란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안 되는데, 이준석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역 유세 현장에선 장년층과 노년층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서울역을 이용하는 청년층이나 일부 외국인들도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는 물론, '중국인 투표권 반대' '대한민국 공산화 급행' '2번 김문수 자유대한민국 헌법수호' 등이 적힌 팻말을 연신 흔들며 한목소리를 냈다. 50대 남성인 회사원 김아무개씨는 "부패하고 범죄자인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되서 김문수를 지지한다"며 "깨끗함이 가장 중요한 후보의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두 현장은 각 후보 지지층이 대다수였지만, 일부 시민들은 각자 소신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용산역 유세 현장 먼발치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민승욱씨(21)는 "사회가 너무 양분돼 있어서 이를 통합할 수 있는 후보를 뽑고 싶다"며 "지금 이 후보가 너무 압도적인 형국인데, 큰 그림에서는 이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현진씨(44)는 "후보들이 문화 산업 발전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역 현장에서도 유권자들의 소신 발언이 이어졌다. 관악구에 사는 여성 김아무개씨(25)는 "아직까지 지지 후보가 없다"며 "언론에서 간접적으로 듣는 것 대신 직접 후보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설득력 있는 정책을 내는 후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미 지지자들은 마음을 정했기에 중도층 설득이 중요할 것"이라며 "현재 너무 탄핵 심판이나 이재명 심판 논의만 이루어지는데, 중도층에게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두 후보는 20일에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중 유세를 이어가며 중도층 표심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경기 유세를 통해 지금의 1강(强) 구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김 후보는 서울과 수도권 유세를 통해 본인의 진면목을 유권자들에게 홍보하며 이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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