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김문수, 서울역 퇴근길 유세 현장에 ‘붉은 물결’... “보수 지지층 운집”
洪은 미국에, 韓은 개별 유세
권영세 발언하자 고성도... ‘중도층 공략’ 계속
“어려운 점이 많은 데 대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서 다닐 때마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이 깊이 책임을 느끼면서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역 집중유세 현장에서 나경원·안철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원팀’을 강조했다. 지난 3일 경선에서 선출된 지 16일 만이다.
2차 경선에서 맞붙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 단일화 담판을 겨뤘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원팀’ 강조하며 큰절… 羅·安 “경제 살릴 후보는 김문수”
오후 6시 35분쯤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이 되자, 김 후보가 서울역 유세 현장 연단 위에 올랐다. 그는 불끈 쥔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만세 포즈를 취했다. 또 “김문수”를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했다.
김 후보는 이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겨뤘던 안철수 의원, 나경원 의원과 나란히 손을 맞잡고 ‘원팀 필승’ 퍼포먼스를 보였다. 소속 의원 20여명, 원외 당협위원장 등과 함께 시민들을 향해 단체로 큰절도 올렸다.
김 후보는 “서울역은 대한민국의 기쁨과 어려운 점을 나눈 자리이고 전국으로 다 개통돼 있는 훌륭한 역”이라며 “그러나 제가 꿈꾸는 것은 동경역 이상으로 서울역이 더욱 위대하게 발전하는 것이고, 앞으로 이 곳에서 평양을 거쳐서 만주까지 직통하는 역이 되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그는 안 의원을 앞으로 불러 함께 손을 번쩍 들어올려 보이며, “세계 3대 AI(인공지능) 강국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외쳤다. 동시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경기도) 빚이 1조원밖에 없었는데 4조원을 얹혀 놓고 나갔다”라며 날을 세웠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경선주자들도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나 의원은 “김문수 후보는 경기도에 돈을 벌어줬고, 빚을 남긴 사람은 이재명”이라며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사람은 김문수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안 의원은 “어제 TV 토론에서 제일 품격 있고 논리적이고 차분하게 토론을 잘한 후보는 김문수”라며 “커피값 120원을 주장한 후보, 인공지능에 100조를 쓴다고 해놓고 그걸 어디에 쓸지 모른다는 그 후보는 누구냐. (바로) 이재명”이라고 직격했다.
◇서울역 앞 보수 지지층 결집… 권영세 등장에 고성도
이날 서울역 앞에는 계단까지 인파가 몰려들었다. 유세 현장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등장했고, ‘육사 총 구국동지회’ ‘자유대한민국 수호’ ‘국민통합’ ‘통일 대통령’ 등의 깃발도 눈길을 끌었다. 중장년층이 대다수였고, 이따금 2030 청년들도 보였다.
서울역 유세에 나온 대학생 엄태환씨(20살·남)는 “청년을 위한 진심이 느껴지고 윤석열 대통령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김문수 후보라고 생각해서 지지한다”고 했다.
김모씨(39세·여)는 “(김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 추도사를 했을 때 감동했다. 이분이 살아온 궤적을 봤을 때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불사를 수 있는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후보가 차량을 타고 유세 현장을 떠난 후에도 “김문수 대통령!”을 외치는 구호가 서울역 인근에 한동안 울려 퍼졌다. “김문수”를 외치며 흥겹게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었다.
◇洪 미국행, 韓 개별 유세… 내일도 서울에 집중
다만 ‘단일화’를 두고 충돌했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나 배현진 등 친한계 의원이 발언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뻔뻔하다”라며 욕설과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을 기점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지만, 좀처럼 ‘원팀’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김 후보의 서울역 유세에 등장하지 않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오는 20일 부산에서 개별적으로 첫 유세를 시작한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 일대에서 지지자들과 해변을 걷는 일정이다.
21일에는 대구 서문시장을, 22일에는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과 강원 원주 중앙시장을 찾을 예정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친한계 의원들 지역구 중심으로 짠 동선이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행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편, 당에 실망감을 표출하며 하와이로 떠난 홍 전 시장은 자신을 만나러 온 유상범·김대식 의원에게 선거운동 지원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홍 전 시장은 파란색 정장과 넥타이를 맨 사진을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가, 다시 넥타이만 빨간색인 사진으로 바꿨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후보 교체 사태’ 이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제안도 고사했다. 김 후보에 대한 ‘방송 찬조연설’도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향후 지지율 반등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윤재옥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부터 하루에 1%포인트씩 지지율을 올려서 사전 투표일인 29일 전에 골든크로스, 역전을 노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서울에서 대한노인회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 등에 참석했던 김 후보는 20일엔 영등포 쪽방촌 등을 방문하며 중도층과 서울 표심 공략 행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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