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밥상 지킴이] (1) 로컬푸드, 경남농업 살릴 대안 될까

김태형 2025. 5. 1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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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밥상에 오르는 먹거리. 문득 밥상 앞에서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채소는 누가 길렀을까? 이 달걀은 어디서 왔지?’ 농장에서 밥상까지, 단순해 보이는 이 여정은 어느새 멀고도 복잡해졌습니다.

속도와 편의를 좇는 유통 구조 속에서 농촌은 점점 변두리로 밀려났고, 소비자는 생산의 가치를 잊어갑니다. 기후위기와 지역 소멸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마주한 지금, 우리는 밥상 위의 현실을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경남신문은 이런 흐름 속에서 단순한 유통 방식을 넘어 도시와 농촌, 농민과 소비자를 잇는 ‘로컬푸드’에 주목합니다.


전국서 온 식재료 가득한 마트

매대 진열 농산물 대부분 국산 표기
창원 등 지역생산 표기 품목은 소수

2020년 1㏊ 미만 소규모 농가 81%

대량 유통 구조에 설 자리 위협
농업소득 연 646만원 ‘전국 꼴찌’

지역 생산·소비 ‘로컬푸드’ 필요

생산 정보 투명하게 전달돼 신뢰 커
미래 농업의 지속가능성과도 직결


지난 16일 찾은 창원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 평일 한낮임에도 카트를 끌고 식료품을 담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농산물을 구매하기 전 하나같이 원산지를 꼼꼼히 살폈다. 조모(59)씨는 “꼭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확인하고 산다”고 말했다. 이모(76)씨도 “원산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에서 생산된 건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매대에 진열된 농산물은 대부분 ‘국산’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창원을 비롯한 도내 농산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무는 ‘제주도’, 두릅은 ‘전북’, 애호박은 ‘충북’, 딸기는 ‘담양’산이었다. 이마저도 생산 지역이 표기된 품목은 소수였고, 대부분은 ‘국산’으로만 표기돼 있었다.

공급자 정보는 ‘경기도’, ‘충북’, ‘충남’ 등 전국 각지로 흩어져 있었다. 지역 마트에서 장을 봤지만, 밥상 위는 전국 각지에서 온 식재료로 채워지는 셈이다.
지난 12일 창원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지난 12일 창원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생산지 멀수록 환경 오염에 유통 비용 증가=문제는 이런 식의 ‘장거리 유통’이 환경과 비용에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활용해 한 끼 식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을 계산해 봤다.

쌀밥 한 공기(115gCO₂e), 된장찌개(371gCO₂e), 제육볶음 (460gCO₂e), 상추(19gCO₂e), 달걀프라이(142gCO₂e), 방울토마토(180gCO₂e)를 기준으로 총 ‘1287gCO₂e’가 배출된다.

이는 농산물 생산부터 운송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품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다. 이는 승용차가 약 6㎞를 달릴 때의 배출량과 같다.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거리만 줄여도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유통 비용 증가도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안긴다. 한국의 농산물 유통 구조는 산지 유통업체 → 도매시장 → 중도매인 → 소매업체 등 4~5단계를 거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2월 발표한 ‘2023년 유통실태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농산물 평균 유통비용률은 49.2%였다.

소비자가 1000원짜리 채소를 구입하면, 절반에 가까운 492원이 유통에 쓰인 것이다.

품목별 유통비용률은 월동무(78.1%), 양파(72.4%), 가을무(69.2%), 봄무(65.7%), 대파(60.6%) 등으로 나타났다.

유통단계별로는 출하 단계에서 9.5%, 도매 단계에서 14.5%, 소매 단계에서 25.2%의 유통 비용이 발생한다.

농민이 손에 쥐는 몫은 적고, 소비자 역시 싸게 사는 구조가 아니다.

◇복잡한 유통 구조 개선 목소리= 이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소비자들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도시민 10명 중 9명은 2024년 장바구니 물가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원인으로는 ‘태풍, 가뭄 등 기상재해의 영향’(35.1%), ‘복잡한 유통과정과 과다한 유통 마진’(28.6%)을 꼽았다.

농식품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가장 시급한 조치로는 절반에 가까운 44.4%가 ‘농식품 유통 구조를 개선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지점에서 ‘로컬푸드’가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식품의 이동 거리가 짧고 더 안전하며 공정한 로컬 푸드 시스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컬푸드는 말 그대로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구조다. 유통단계를 줄이면 농민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에 신선한 식재료를 접할 수 있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농산물 직거래 유통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된 농산물의 유통비용률은 16.7%에 불과했다. 나머지 83.3%는 농가 몫이다. 무엇보다 로컬푸드는 생산자의 정보가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전달돼 신뢰가 쌓인다. 이는 농업의 지속가능성과도 직결된다.
창원 한 마트에 진열된 농산물.

창원 한 마트에 진열된 농산물.

◇로컬푸드, 위기의 경남 농업 탈출구 될까= 경남지역 농가의 특징은 대다수가 소규모라는 점이다. 대량 유통 구조에서 이들은 설 자리를 잃기 쉽다.

경남도의 의뢰로 경상국립대학교가 2024년 9~11월 수행한 ‘2023년 농가경제조사 분석 및 경상남도 농가소득 증대방안’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경남의 1㏊ 미만 농가 수는 9만7785가구로 경남 전체 농가의 81%에 달한다.

이는 전국 9개 도 단위 지역 중 유일하게 80% 이상을 기록한 수치다.

실제로 경남지역 농민들은 농업 소득이 전국에서 가장 낮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3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 자료에 따르면, 경남지역 농가당 농업소득은 연간 646만9000원으로 전국 9개 도 중 꼴찌였다. 전국 평균(1178만4000원)의 절반 수준으로, 경남 농민들의 열악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쩌면 로컬푸드가 지속가능성을 위협받는 경남 농업에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다음 편에서는 기자가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비자와 농민을 직접 만나 본다.

글·사진= 김태형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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