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12·3 내란 사태 후 처음 맞은 5·18…비극 속 더 빛난 시민정신
노벨문학상 받은 한강 '소년이 온다' 특별 전시회
[앵커]
계엄 사태를 지나고 맞은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은 여러 면에서 되새겨볼 것들이 많았습니다.
5·18의 참상이 아직 남아있는 병원이 임시 개방되기도 했는데,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지난해 겨울, 45년 만에 다시 등장한 '계엄령', '계엄군'.
고등학생 때 5·18을 겪은 광주 시민 김용희 씨에게 12·3은 곧 5·18이었습니다.
[김용희/5·18 당시 고교생 : (작년 12월 3일) 속보가 뜨더라고. 그래서 봤는데 머리가 휑하죠. 바로 5·18 생각이 나니까.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되살아난 비극.
하지만 동시에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김용희/5·18 당시 고교생 : {5·18 때도 선생님처럼 시민들이 계엄군과 맞서 싸웠고…} 그렇죠. {12·3 내란 사태 때 국회 앞에서도…} 그렇죠. 나는 정말 감명받았어요. 그 용감한 시민들… 정말 대단하죠. 총 든 계엄군들 앞에서.]
이 낡은 건물은 5·18 당시 전남도청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었습니다.
아픔이 서려있는 곳이자, 시민의식이 빛났던 곳, 바로 옛 광주적십자병원입니다.
이곳엔 당시 응급실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습니다.
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이 집단 발포를 시작하자 이곳엔 총상을 입은 시민들이 계속해서 밀려왔다고 합니다.
그 수가 워낙 많다 보니까 저 응급실을 넘어서 이 복도와 그리고 다른 진료실까지 피 흘리는 시민들과 의료진이 뒤엉켜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이런 비극적인 순간에도 광주 시민들은 서로를 도왔습니다.
피가 모자라다 헌혈이 필요하다. 이 소식을 들은 젊은이와 어르신까지 시민들이 모여서 이렇게 자신의 피를 나눴습니다.
2014년 문을 닫은 후 11년 만에 이번달까지만 잠시 개방됩니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잊지 말라'고 당부하는 듯합니다.
[이윤주/서울에서 5·18 맞아 광주 방문한 시민 : {살면서 내가 계엄령을 겪을 거다?} 전혀 생각을 못 했죠. 아무래도 민주화가 됐고 계속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걸 겪고 나서 다시 오니까 '진짜 정말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최동환/오월 안내해설사 : 특히 12·3 사태 이후에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도 훨씬 폭넓게 올라가다 보니까 특히 외지 손님들도 많이 오십니다.]
45주년을 맞은 이번 5·18의 또 키워드는 한강입니다.
연기 전공을 준비하는 이 청년을 광주로 이끈 것도 한강 작가였습니다.
[김기토/<소년이온다>를 읽고 광주 방문한 청년 : 그 아픔과 고통을 좀 이해하고자 선택을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직접 겪지 않은 사건이기도 하고 그냥 계속 읽으면서 좀 막히는 지점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계속 읽다가 '이건 직접 가야겠다' 해서 오늘 좀 찾아왔습니다.]
소설 '소년이 온다' 특별 전시회에는 많은 이들이 몰렸습니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 한강 <소년이온다> 114쪽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 한강 <소년이온다> 213쪽
[전시해설가 :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하는 게 굉장히 당연한 듯 누리고 살고 있잖아요. 마치 공기처럼… 그러나 이 무수한 시간들 끝에 우리는 그 '당연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을 다시 해봤습니다.]
1980년 5월과 2024년 12월, 충격과 공포를 딛고 계엄군에 맞선 건 그때도 지금도 시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다가온 대통령 선거.
45년을 관통하는 시민들의 그 뜻을 누가 잘 이어갈 수 있을지 그 선택의 순간이 머지않았습니다.
[사진출처 이창성 당시 중앙일보 사진기자]
[작가 강은혜 / VJ 장준석 / 영상편집 홍여울 / 취재지원 홍성민 권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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