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뿌리산업 현장,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진다
근로여건 개선 등 미흡한 사이… 외국인 올 3월 현재 1만4613명 근무

"고생에 비해 임금이 적고 성장 가능성도 희박해 다른 길을 찾고 있습니다. 기술을 배우는 것은 좋지만 업종 자체가 너무 정체돼 있어요."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의 한 PCB 제조업체에서 2021년부터 일한 이준영(28)씨는 결국 퇴사를 결심하고 다른 직종을 알아보고 있다.
인천 제조업 현장에서 이 씨와 같은 청년층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19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인천지역에서 제조업(E9-01)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3월 현재 1만4천6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7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남동산단에서 금속부품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A(54)씨는 "사람을 구하려 해도 청년층은 오지 않는다"며 "고용할 수 있는 건 외국인 노동자뿐"이라고 토로했다.
인근 가공업체 대표 B(59)씨 역시 "산단의 기업 10곳 중 7~8곳이 구인난을 겪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외환위기보다도 사정이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고 전했다.
남동국가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 관계자는 "여기는 단순 제조 위주의 뿌리산업 중심이라 급여나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청년인력 유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단 입주기업의 약 90%가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고, 30인 미만을 기준으로 하면 95%를 넘는다"며 "소규모 기업이 대부분이다 보니 급여 인상이나 복지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 유입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인천시는 '산업단지 노후공장 청년친화 리뉴얼 사업'에 선정된 공장 10곳의 환경을 개선 중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도 산단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이름을 '남동인더스파크'로 바꿨다.
그러나 명칭이나 외부 환경 변화만으로 젊은 인력을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경영자협의회 관계자는 "외벽 색칠이나 도로 개선도 중요하지만 청년이 원하는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멀다"며 "문화 공간 마련 등 시와 구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예산과 시간이 많이 들어 속도는 더디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받을 여력이 부족한 상황도 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그는 "지원금이 있더라도 서류 준비나 요건 충족이 어려워 실제로 도움을 받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산업단지에 청년근로자가 유입되도록 복합문화센터 건립 등 문화 인프라 구축, 휴·폐업 공장 리모델링을 통한 편의시설 공급, 아름다운 거리 조성 등 근로 여건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병훈 기자 jbh99@kihoilbo.co.kr
Copyright © 기호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학습·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