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투자” 헛말이었나…실체 없는 ‘SPC 안전보건 경영’

박태우 기자 2025. 5. 1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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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회장 2022년 대국민 사과하며 안전경영 약속
이후에도 사고 잇따라…“제 역할하는지 재점검 필요”
19일 50대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에스피씨(SPC)삼립 시흥공장 내 컨베이어벨트 설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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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22년 10월 경기 평택 에스피씨(SPC) 계열사 에스피엘(SPL) 공장 사망사고 이후 허영인 에스피씨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당시 허 회장은 안전관리 강화와 안전보건 경영을 위해 3년 동안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도 밝혔지만, 계열사에서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아 ‘안전보건 경영’은 헛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새벽 3시께 경기 시흥 에스피씨삼립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50대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와 구조물 사이에 끼여 숨졌다. 해당 노동자는 설비 정비 과정에서 윤활유를 뿌리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시행규칙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동력으로 작동되는 기계의 정비·청소 등 작업 때 노동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기계의 운전을 정지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하고 있다. 다른 작업자가 운전 중인 기계를 작동시킬 수 없도록 잠금장치를 마련하는 등의 의무를 부과하도록 한다. 기계 작동을 멈춘 상태에서 기계 정비 등을 하도록 하고, 함부로 다른 노동자가 기계를 작동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번 사고 경위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서 에스피씨 계열사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2022년 에스피엘 노동자 박선빈(당시 23살)씨는 샌드위치 소스 혼합 작업을 하다, 소스를 섞는 ‘교반기’에 몸이 빨려들어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당시 박씨는 주·야간 맞교대로 야간근무 중이었는데, 홀로 작업하다 뒤늦게 숨진 채 발견됐다. 2023년 8월에는 샤니에서 50대 노동자가 2인1조로 반죽통을 리프트로 올려 다른 반죽통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리프트가 작동해 기계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리프트는 작동 과정에서 위험이 감지되면 경보음이 울렸어야 했지만, 해당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앞서 허영인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 수립은 물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그룹 차원의 안전경영위원회를 만들어 계열사의 안전경영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또 안전시설 확충 등을 위해 올해까지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듬해 샤니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그 책임을 묻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 회장은 또 고개를 숙였지만, 사고는 재발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로 에스피씨가 ‘안전보건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재차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는 “에스피씨그룹이 그룹사 차원의 안전경영위원회를 통해 계열사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법인은 다르더라도 같은 업종의 계열사에서 발생한 사고 사례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안전경영위원회가 제 역할을 한 것인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종사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종사자가 숨지는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한다. ‘재해 발생 때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행에 관한 조처’도 의무에 포함된다. 에스피씨의 경우 2022년 에스피엘 사고로 강동석 당시 대표이사가 기소됐고, 2023년 샤니 사고는 수사 중이다. 이번 사고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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