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약달러+저금리’, 트럼프의 목적은 달성될까
미국에겐 영원히 풀 수 없는 2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국가부채)다. 정확히 말하면 이건 기축통화를 보유한 패권국의 숙명이다. 일명 ‘트리핀 딜레마’라고 하는데 세계 경제를 돌리려면 기축통화인 달러를 지속해서 공급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미국은 적자를 이어가게 된다. 그런데 ‘트리핀 딜레마’가 진짜 무서운 건 이 과정이 임계점을 넘으면 그 패권국도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국 이전의 패권국 대영제국(파운드화)이 무너졌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제국과 데나리우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무려 35조 달러, 5경 원이 넘는 국가부채를 쌓아놓고 있는 미국도 막다른 골목에 왔다는 걸 누구보다 직시하고 있다. 그래서 큰 물줄기는 바꿀 수 없지만 임기 동안 할 만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트럼프가 강조하는 약달러와 저금리를 살펴보자. 이건 곧 미국 무역적자와 국가부채가 임계점을 넘지 않게 하려는 2가지 무기이다. 먼저 약달러를 보자. 트럼프는 관세 폭탄으로 압박해 각국의 공장을 미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여기에 약달러를 조합하면 ‘메이드 인 USA’ 상품이 세계로 수출될 것이고 무역적자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는 달러의 존재감을 신봉한다. 즉, 달러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아무리 약해져도 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전술은 바로 저금리다. 미국은 한때 ‘천조국’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국방비에 1000조 원을 지출하기 때문으로, 실제 약 8700억 달러 이상을 쓰며 미국 예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 정부 예산 중 가장 많은 돈이 나가는 건 국방비가 아니라 이자비용이다. 35조 달러가 넘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로 연간 약 9000억 달러가 쓰인다. 그런데 여기서 미 국채금리가 더 올라간다? 미 정부는 이자 내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고 트럼프 감세정책이나 경기부양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가 파월 연준의장에게 시간날 때마다 “금리 내려라” 압박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연계시키면 될 것 같다.
혹자는 이 대목에서 “관세를 매기면 물가가 오르는데 금리를 어떻게 내리느냐?”며 반박한다. 트럼프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아니,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밀어붙이는 정책이 ‘반값유가’다. 트럼프는 왜 갑자기 지구온난화는 사기라고 했을까. 왜 석유의 시대로 돌아가자고 했나. 왜 LNG를 대량 공급하고 심지어 석탄도 다시 더 캐내야 한다고 했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이다. 현대경제에선 ‘유가-물가-금리’가 함께 움직인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한다. 반면, 유가가 떨어지면 다른 상품들 가격이 좀 올라도 물가는 어떻게든 떨어진다. 그러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려야 하고 시장금리는 더 먼저 떨어진다. 트럼프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고, 성공했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지난 5월 첫째주 배럴당 60달러도 깨져 장중 57달러까지 내려왔다. 이렇게 되니 미국의 CPI(소비자물가상승률)와 PPI(생산자물가상승률)는 코로나19 이후 4년래 최저치로 내려올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가 당황해하고 있다. 국채금리, 특히 장기물 국채금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반값유가로 물가 잡고, 환율협정으로 아시아통화를 강세로 만들었는데 10년물 국채금리는 오히려 4.5%로 튀어 올랐다. 누군가 미 국채를 투매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일까. 일본일까. 하지만 누가 팔았는지는 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이런 높은 10년물 국채금리로는 트럼프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를 3%대 이하로 낮추지 않고서는 재정적자(국가부채) 문제를 건드릴 수 없고 오히려 지금의 약달러 정책 부작용만 커질 것이다.

트럼프가 세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미란 보고서의 ‘100년 무이자 국채’(만기 도래한 미 국채를 100년 무이자 국채로 교환하는 방식) 카드를 꺼내 들까. 그런데 과연 어떤 국가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까. 무엇보다 중국을 잡지 못하면 아무 소용도 없다. 트럼프의 ‘약달러+저금리’.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감안하면 시간도 별로 없다. ‘쇼타임’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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