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삼류과학자’가 필요한 이유
자크앙리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라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프랑스의 작가 겸 과학자가 있다. 그는 18세기에서 19세기 초에 걸쳐 활동했으며 그의 소설 ‘폴과 비르지니’는 많은 프랑스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고전으로 남아 있다. 어릴 때부터 여행을 다니며 방랑자적인 삶을 살다가 식물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장자크 루소의 제자가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 과학자로서의 명성을 가져다 준 ‘자연의 연구’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이를 계기로 식물원장이 되었다. 그런데 당시의 과학자들이나 이후 역사가들은 이 책을 그다지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18세기 말 프랑스는 그야말로 거대한 혁명의 시기였다. 프랑스 혁명은 여러 측면에서 역사적 전환을 이뤘으며 과학 분야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교육기관이 세워졌고 이에 따라 과학은 급속하게 전문화되었다. 100여 년 전 영국에서 시작된 뉴턴 물리학적 세계관과 기계론적 철학은 프랑스에서도 과학의 기본 바탕이 되었다. 더불어 모든 과학 활동은 미적분과 같은 수학을 기초로 논리적 분석력을 갖춘 엘리트 과학자들이 주도하게 되었다.
이런 흐름에 저항한 사람들 가운데 몇몇 대중적 작가이자 자연 연구가들이 있었으며 이들 중 한 명이 바로 드 생피에르이다. 과학사가인 클리퍼드 코너의 저서 ‘과학의 민중사’에 따르면 드 생피에르와 같은 소외된 자연철학자들은 혁명을 전후해서 매우 급성장했는데 엘리트들은 이들을 ‘삼류과학자’라 불렀다고 한다. 이들이 자연에 접근하는 방식이 과학의 주도권을 쥔 엘리트 과학자들의 방식과는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즉, 엘리트들의 과학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이고 정량적인 방식으로 자연을 연구하는 데 반해 삼류과학자들은 엄밀한 검증 없이 설명을 늘어놓는 저급한 과학으로 취급되었다.
그럼 드 생피에르는 ‘자연의 연구’에서 어떤 과학을 이야기했을까? 그는 식물 연구가로서 “식물을 이루는 모든 부분들에 대해 가장 자세한 부분까지 지식을 쌓는다고 해도 쓸모없는 과학이며 진정 중요한 것은 그 부분들이 이루는 조화”라 주장했다. 그는 뉴턴적 방식의 과학도 매우 유용한 부분이 있지만 ‘분석적인 방법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모두 쓰레기 취급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드 생피에르와 같은 삼류과학자들은 대체로 자연을 통합적이고 유기적 사고로 접근했고 자연 현상에 대해 추상적인 수학 공식으로 환원하려고 하는 데 대해 반대했다. 또한 단순한 과학 연구를 넘어 윤리적 요소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목적을 추구했다. 그리고 대규모의 농경과 산업화가 자연환경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폴과 비르지니’의 팬이기도 했던 나폴레옹과 면담에서 드 생피에르는 제도권의 과학자들이 자신을 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지 물었는데 나폴레옹은 “미분학을 공부하게. 그러면 답이 저절로 나올거야”라고 답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는 국가의 권력자마저도 수학적 방식으로 이뤄지는 과학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후 삼류과학자들은 점점 자취를 감췄으며 엘리트 과학의 일관된 방식만이 전체 과학을 지배하게 되었고 또 지금에 이르렀다.
뉴턴 혁명 이후 주류 과학 활동을 폄하하거나 무용론을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주류 과학은 지금까지 자연에 대해 아름다운 성과들을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부분에 대한 정밀한 분석만으로 자연을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 지구 생태계가 위기를 넘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유기적 통합적 자연관은 절실하다. 이것은 한때 분석적이고 체계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무시되었던 드 생피에르가 다시 필요한 이유다.

곧 탄생할 새 정부는 무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고 국가의 부를 확장시켜줄 과학 분야들을 집중적으로 육성, 지원할 것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다 낭떠러지를 맞이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주류에 속하고 싶으면 미분학을 공부하라고 충고하며 삼류과학자들을 무시한 나폴레옹 시대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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