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라스칼라와 36년 친구로 지내다 갑자기 결혼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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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7살 꼬마 피아니스트'가 서울시 공관(현 서울시의회) 무대에 올랐다.
"36년 동안 서로 사랑스럽게 지내다가 지금 갑자기 결혼하게 된 거라고나 할까요." 1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명훈은 라스칼라를 '친구이자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정명훈은 "베르디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박식한 베르디 전문가"라고 오르톰비나를 소개하며 "라스칼라에서도 베르디를 꽤 많이 하게 될 텐데, 좋은 베르디 프로덕션을 만드는 게 우리 둘의 첫번째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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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2월7일 베르디 ‘오텔로’로 라스칼라 음악감독 데뷔

1960년 ‘7살 꼬마 피아니스트’가 서울시 공관(현 서울시의회) 무대에 올랐다. 피아노 의자에 앉으면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어렸던 연주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하이든 피아노 협주곡(11번)을 들려줬다. 65년 뒤, 세계적인 지휘자가 된 72살 정명훈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종갓집인 밀라노 라스칼라오페라극장을 책임지게 된다. 내년 12월7일 시즌 개막 무대에서 연주할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가 라스칼라 음악감독 데뷔 공연이다.
“36년 동안 서로 사랑스럽게 지내다가 지금 갑자기 결혼하게 된 거라고나 할까요.” 1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명훈은 라스칼라를 ‘친구이자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1989년부터 이 극장에서 84회의 오페라와 141회의 콘서트를 함께했다. 정명훈은 “라스칼라는 처음부터 놀라울 정도로 저를 잘 이해해줬다”며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친구가 이제 가족이 돼버렸으니 그만큼 책임도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정명훈은 이탈리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첫 인연은 22살이던 1975년 리카르도 무티와 리카르도 샤이를 키워낸 저명한 지휘자 프랑코 페라라(1911~1985)를 찾아 방문한 시에나였다. 그때 파스타 요리에 빠져들었고, 유럽에 처음 정착한 도시도 로마였다. 그는 “나라가 생긴 모습부터 노래를 좋아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까지 두 나라가 비슷하다”고 한국과 이탈리아의 공통점을 꼽았다.
그는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베르디를 꼽았다. 지휘자로서 음악적 목표를 묻는 말에 “특별한 목표는 없다”면서도 “목표가 있다면 베르디를 더욱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라스칼라에서 공연할 첫 오페라로 베르디 ‘오텔로’를 선택한 데 대해선 “파리 바스티유오페라극장 음악감독 시절 플라시도 도밍고와 녹음까지 했던 작품”이라며 “이제는 훨씬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늘 하는 게 공부”라고 말했다. 라스칼라에서 공연할 구체적인 작품은 오는 7월 라스칼라에서 하는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베르디는 그와 라스칼라 음악감독 직책을 운명처럼 연결해준 ‘운명의 실’과도 같다. 지난 2월 라스칼라 총감독으로 취임한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65)는 베네치아 라페니체오페라극장에서 17년 동안 정명훈과 호흡을 맞춘 사이이자, 정명훈을 라스칼라 이사회에 추천한 인물이다. ‘베르디 사랑’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정명훈은 “베르디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박식한 베르디 전문가”라고 오르톰비나를 소개하며 “라스칼라에서도 베르디를 꽤 많이 하게 될 텐데, 좋은 베르디 프로덕션을 만드는 게 우리 둘의 첫번째 목표”라고 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로 베르디 ‘돈 카를로’와 ‘시몬 보카네그라’를 꼽았다.
그는 ‘라스칼라 첫 아시아인 음악감독’이란 수식에 대해 “외국에서 오래 생활해서인지 크게 의미 있게 다가오진 않는다”면서도 “나라를 빛낼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기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케스트라 단원들뿐만 아니라 라스칼라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저를 원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정명훈은 부산콘서트홀과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예술감독 직책과 라스칼라 음악감독을 겸직하게 된다. 그는 “라스칼라는 오페라의 가장 높은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므로 부산오페라하우스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오페라 청중을 키우고 애호가층도 넓혀야 해요. 오래 걸리고, 쉬운 일도 아니므로 꾸준하게 해야죠.” 그는 부산에서 할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을 “좋은 씨를 뿌리고 방향을 잡아주는 일”이라고 규정하며 “적어도 이탈리아 오페라는 아시아에서 가장 잘하는 곳으로 부산오페라극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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