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강벨트 격전지 용산, 이번엔 뒤집힐까…이재명, 초유의 방탄유세 현장 가보니
李, 테러 위협에 사상 최초 방탄유리 유세…경호원들은 망원경으로 주변 감시
‘정권심판론’ ‘통합’ 연일 강조하는 李…김상욱 “진짜 빅텐트 민주당으로 오라”
(시사저널=정윤성 기자·백진우 인턴기자)

21대 대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수도권 집중 유세 현장을 보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유세 시작 1시간 전부터 파란색 풍선을 손에 든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광장에 모인 가운데, 이 후보가 등장할 때 쯤 되자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까지 발길을 멈추고 유세를 관람하면서 주변 계단까지 인파가 가득 찼다. 이날 유세에는 경찰 추산 1500여명, 주최 측 추산 30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대선 후보 사상 최초의 '방탄유리' 유세에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러시아제 권총, 블랙 요원 동원 등 이 후보에 대한 테러 위협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민주당은 테러 위협 대응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폭발물 탐지견이 수색한 연단에서 이 후보는 방탄 유리에 둘러싸여 연설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호원들은 연신 열화상 망원경을 들고 주변을 감시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손거울과 대형 반사판까지 흔들며 혹시 모를 저격수의 시야를 방해하기 위해 애썼다. 이 후보 지지자들로 구성된 자발적 보호 행동인 '잼가드(이재명+가드)' 활동을 하고 있는 윤현미씨(61)는 "내 목숨보다 이재명 후보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재명 후보를 지킬 수 있다면 몸으로라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李 "잘못된 일꾼 심판해야" 지지자들 "목숨 걸고 테러 막는다"
'한강 벨트' 중심에 위치한 용산은 서울에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다음으로 전통적인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이다. 현역 국회의원도 국민의힘 소속의 권영세 의원이다. 실제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용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6.58%포인트로 득표율이 밀렸다. 강남3구 다음으로 큰 격차였다. 하지만 특정 정치 성향에 치우치지 않은 유권자도 많이 분포된 지역인 만큼 이번 대선의 승부처인 '중도층 표심잡기'를 위한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이 후보 역시 이날 유세에서 '이재명식 빅텐트'를 강조하는 데 무게를 뒀다. 이 후보는 "지난 3년, 윤석열 정권 동안에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이 너무 나빠졌다. 미래가 불안하면 경제가 살 수 없다"며 "지난 3년 간 대체 무슨 짓을 했나. 편 갈라서, 없는 편도 억지로 만들어서 서로 싸우게 하고 내 편만 챙기고 상대편 제거하려고 하고 아예 진짜 죽여버리라 하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제는 우리가 남북으로, 동서로, 노소로, 남녀로 갈려 싸운다는 사실"이라며 "먹고 살기도 힘들고 미래도 불확실한데, 대체 왜 이렇게 갈라져 싸우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이 싸우면 그 정치인들한테 붙어서 우리까지 편 나눠 싸울 게 아니고, 그 정치인이 왜 싸우나 잘 봐서 주인을 거역하는 잘못된 일꾼을 골라내서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더불어민주당에 전격 입당한 김상욱 의원도 이날 유세에 참여했다. 이 후보는 김 의원을 향해 "가짜 보수정당에서 고생하다 이제 제대로된 당에 왔다"며 "그 찢어진 가짜 빅텐트 몰려서 고생하는 사람 있을까 싶은데, 진짜 빅텐트인 민주당으로 오라"고 말했다.

"尹의 내란 용서 못해" "李, 진정성 있어" "李의 압도적 우세도 바람직 안 해"
실제 밑바닥 현장 민심은 어떨까.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ITX 등의 교통편부터 극장, 쇼핑몰, 백화점이 밀집한 용산역 특성상 이곳을 지나는 유권자들의 색채도 각양각색이었다. 지지자들의 경우 '내란 종식'을 이 후보를 지지하는 핵심 동기로 내세운 반면, 잠시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용산구 주민들을 중심으로는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전남 광양에서 서울로 올라온 박대근씨(54)는 "계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찜질방에서 자며 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며 "이 후보가 국민들의 삶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는 진정성이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을 생각하면 내 건강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첫 대선 투표를 하는 지지자 손아무개씨(18)는 "국민의힘과 윤 전 대통령의 내란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안 되는데, 이준석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유세 현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팔짱을 끼고 관람하던 일부 시민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저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내세우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지겠다는 의견이다. 용산으로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 김현진씨(44)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문화 산업 발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후보들이 경제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최근 영화 산업 등도 크게 좋지 않아 우려가 된다. 여기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스스로를 무당층이라고 밝힌 민승욱씨(21) 역시 "사회가 너무 양분돼 있어서 이를 통합할 수 있는 후보를 뽑고 싶다"며 "지금 이재명 후보가 너무 압도적인 형국인데, 큰 그림에서는 이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용산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직 용산구는 보수 표심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용산역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아무개씨(58)는 "박근혜 탄핵 당시에도 그래도 민주당은 안 된다는게 이 지역 민심이었다"며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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