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별금지법 유보한 이재명 후보, 적극적 해법 찾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대선 TV토론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방향은 맞지만 이걸로 논쟁·갈등이 심화되면 당장 해야 될 일들을 하기 어렵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19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민생과 경제를 회복해 지속적 성장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 가장 급하다”며 “(차별금지법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민생·경제 회복 노력을 위해 ‘후순위’로 미룬다는 것이다. 국민의 민생과 통합을 최우선하는 이 후보 입장은 잘 알지만, 차별금지법이 국가적 통합성과 경제·민생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유보 논리엔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당과 이 후보는 그동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하지만 이는 ‘동성애 조장법’ 같은 일부의 비합리적 반발을 의식한 옹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국민 67.2%가 찬성한 국가인권위원회의 2022년 조사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셋 중 둘은 차별금지법에 동의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는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대법원이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 불인정을 ‘차별’로 확정하는 등 일상의 차별금지 판결들도 잇따르고 있다. 헌법의 ‘차별금지 원칙’을 뒷받침하는 정치권 입법만이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공론화 이후 28년째 뒤처지고 있을 뿐이다.
차별금지법은 성별·장애·나이·성적 지향·인종·종교 등 생활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인권의 공리여서 이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오죽하면 2022년 인권위원회와 지난 7일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 유엔 산하 조약기구들이 14차례나 한국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겠는가.
6·3 대선은 시민들이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막아내고 열었다. 말 그대로 ‘시민의 대선’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표 계산 때문에 광장을 한마음으로 메웠던 작은 목소리들을 소외시킨다면 시대정신을 망각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심사숙고’ 후 입장을 바꿔,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차별금지의 기본적 인권조차 법으로 세우지 못한다면, 더욱 극렬화할 우려가 큰 극단 세력의 혐오·차별은 어떻게 막아내겠는가. 차이와 차별은 구분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을 통한 인권 선진국 실현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통합을 위한 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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