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노무현 도시인데" vs "말만"…민주 텃밭 '세종 표심' 어디로
전통적인 진보 강세 지역 공무원 도시…'행정수도' 이슈 뜨거워
국민의힘 2년전 지자체장 선거 승리, 탄핵 이후 표심 변화 주목
"그래도 노무현이 만든 도시인데, 민주당이 조금 더 잘하지 않겠나요."
"말만 행정수도 행정수도 했지 된 게 없잖아유, 이번에는 혼을 내줘야쥬."
6·3조기대선을 보름여 앞둔 지난 18일. 세종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만난 시민(43)은 민주당을,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의 한 상인(68)은 국민의힘에게 투표할 거라고 했다.
공무원의 도시 세종은 전통적인 진보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국가 주도로 신도시가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탓에 대전·청주는 물론 수도권에서 젊은층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시가 출범한 2012년 이후 국회의원과 지방선거를 사실상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다만 가장 최근인 2022년 지방선거에선 표심이 달라졌다.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가 당시 현역이던 민주당 이춘희 시장을 꺾고 보수 계열 후보로는 처음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래도 민주당은 의회 권력만은 놓치지 않았다. 20석 중 13석을 차지해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한 '여소야대' 구도를 만들어 냈다.
대통령 탄핵과 함께 치러지는 이번 조기 대선의 표심 향방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민주당은 '탈환'을, 국민의힘은 '수성'을 벼르고 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슈는 '행정수도'다.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모두 '행정수도 완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의 조기 건립을 일제히 약속했다.
어진동에서 만난 최모씨(46)는 "세종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으로 탄생했고, 그 이후로도 민주당이 줄곧 주도권을 갖고 일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은 마지못해 뒤따라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모씨(38)는 "윤석열은 검사 시절 수사만 해왔지 정치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탄핵됐으나 나머지 세력들은 아직도 윤석열과 연을 끊지 못하고 있다. 국힘은 세대교체가 시급하다"고 했다.
반면 조치원읍에서 만난 김모씨(64)는 "지난 10여 년간 민주당이 내놓은 공약이 제대로 되는 걸 못 봤다"며 "최민호 시장이 당선된 것만 봐도 알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53)은 "선거 때마다 모든 후보들이 '행정수도' '행정수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어 지긋지긋하다"며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왜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행정수도에 앞서 실질적인 자족기능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성동의 한 상인은 "세종은 말만 행정수도지 저녁이면 인적이 끊겨 베드타운화 된 지 오래"라며 "기업과 일자리 확충을 위해 후보들이 보다 신경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투표 의향은 있으나 지지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도 있었다.
도담동의 김모씨(33)는 "정당보다는 후보들의 정책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투표할 생각"이라며 "지역을 위해 누가 적합한지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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