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만 있으면 커피가 뚝딱 만들어집니까?”

손경호기자 2025. 5. 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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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가 120원'. 세상 물정 모르는 어느 재벌 회장의 발언이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커피 원가 120원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전북 지역 유세 중 "5만 원 받고 땀 뻘뻘 흘리며 한 시간 (닭을) 고아서 팔아봐야 3만 원밖에 안 남지 않냐. 그런데, 커피 한 잔 팔면 8천 원에서 1만 원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알아보니까 120원이더라"는 발언을 했다.

몇 년 전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험이라고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귀를 의심케 했다. 국어사전에는 '원가'(原價)를 "상품의 제조, 판매, 배급 따위에 든 재화와 용역을 단위에 따라 계산한 가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재료비뿐만 아니라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등 제품을 제조하고 출시하는 데는 다양한 비용이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원가는 크게 제조원가(재료원가, 노무원가, 제조경비)와 판매·관리비(제품 판매와 기업 운영에 관련된 비용)로 구성된다.

따라서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기초적인 원가의 개념을 이해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원가'를 커피의 '원두 가격'으로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커피 원두만 있으면 커피가 뚝딱 만들어집니까?".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김혜수 청년대변인의 일갈이다. 소상공인들이 부담하는 임대료, 전기세, 직원 급여 등 고정비용은 왜 외면하냐는 것이다.

더구나 요즘 커피 전문점들은 매출원가 상승과 저가 경쟁,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커피숍들과의 경쟁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커피 한 잔에 8천~1만 원 받는 곳은 호텔커피숍 등 일부만 해당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커피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추세다. 커피 원두는 물론이고, 우유와 설탕 그리고 물류비,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것이다. 커피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대부분 커피숍의 커피 한 잔 가격은 5천 원 수준이다. 이 후보의 커피 한 잔에 8천~1만 원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최근 경제 불황 등으로 신규 개점 커피 브랜드의 경우 대부분 아메리카노 한 잔에 기본 1500원~2000원 전후로 판매하는 저가 프랜차이즈가 대세이다.

물론 저가 브랜드 커피 말고, 고가의 커피숍들도 많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커피 '원가 120원'은 잘못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커피 원가에는 원두 가격뿐만 아니라 우유, 설탕, 인건비, 물류비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매장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커피 1잔 평균 원가는 600~1000원으로 알려졌다.

정치인의 이 같은 '흑역사'는 이번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회장을 지냈던 정몽준 의원의 버스비 70원 발언이 대표적이다. 2008년 당시 정몽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전당대회 때 생방송 토론에서 시내버스비를 70원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버스비는 성인 기준으로 현금은 1000원, 카드는 900원이었다.

2023년 8월에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가 택시비 기본요금을 틀리게 발언했다. 당시 한 총리는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국회의원의 택시요금 질의에 "1000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당시 택시요금은 4800원으로, 체면을 구겼다.

대선 후보가 커피 원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영향력이 큰 대선 후보의 발언으로 인해 커피숍 사장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매도당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자영업자들을 마치 폭리를 취하는 악덕 사업자로 보면서 민생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사과를 촉구하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자영업자들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발언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하면 안 된다"고 꼬집은 이유라고 할 것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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