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韓 진출한 징둥, 물류창고 가보니…"로봇 팔이 일 다하네"
세계 물류 유통 통해 내수 부진·관세 압박 대응 모색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베이징시 남부 다싱구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중 한 곳인 징둥의 물류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15일 찾은 이곳 물류센터는 전국 각지에서 배송된 택배 물량을 내려놓거나 이곳에서 분류된 물품을 싣는 차량들로 북적였다.
중국은 징둥의 창립 기념일인 6월 18일을 앞두고 이달 13일부터 상반기 최대 쇼핑 행사인 ‘618’을 시작했다. 가전제품, 휴대폰 등 각종 소비재 할인 혜택이 커지는 만큼 수요가 몰리고, 덩달아 물류센터도 바쁜 모습이다.
지상 4~5층 높이의 창고 안에는 수많은 사람과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기계(고속 로봇 팔)가 섞여 택배 물품을 처리하고 있었다. 징둥의 베이징 물류센터는 총 5개 동으로 구성됐는데 한 개 동은 일명 최첨단 스마트공장인 인텔리전스 로지스틱스 파크로 로봇을 통한 완전 자동화를 구현했다.
나머지 4개 동은 자동화 시스템(지능형 인텔리전스) 이 적용됐다. 이곳에서도 직원이 하나하나 택배 물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를 통해 각 물품을 최적 장소에 배치하는 자체 개발 시스템 ‘톈랑’(하늘 늑대)을 가동한다. 방사형 벨트를 타고 상품이 모이고, 한가운데 설치한 고속 로봇팔이 물류를 분류·운반·적재하고 포장해 출고한다. 내수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런 인텔리전스 물류기지 투자도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징둥은 이러한 물류 시스템을 통해 한국의 쿠팡과도 비슷한 24시간 내 배송을 보장한다. 작년부턴 ‘익일 오전 8시 전 배송’ 방식을 도입했다. 하나의 공장에서 하루에 최대 배송 가능한 택배는 72만개다. 전국에 위치한 징둥 공장을 통해 하루에 배송되는 물량은 약 6000만개에 달한다.
알리바바나 테무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판매자와 소비자간 중간 플랫폼 역할을 맡고 있다면, 징둥은 직접 물류창고를 만들어 제품을 매입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물류 시스템에만 약 1400억위안(약 27조원)의 금액을 투자했다.
징둥은 흔히 ‘알테쉬’로 불리는 알리바바·테무·쉬인 등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업체다.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은 1조1588억위안(약 223조원)으로 라이벌인 알리바바그룹(1조192억위안)을 상회한다. 다만 알테쉬에 비해 한국 등 해외에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지 않아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
징둥은 지난달 공식 자료를 내고 산하 물류기업인 징둥로지스틱스의 한국 법인인 징둥코리아가 한국 인천과 이천에 자체 운영하는 물류센터를 열겠다며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예고했다.
징둥은 현재 전세계 19개국에서 100여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한국을 기점으로 향후 해외 물류센터 운영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징둥이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것은 내수 경기 침체와 불안한 대외 무역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중국은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헌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이구환신(보상 판매)이나 보조금 지급 등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월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며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이에 징둥 역시 중국 내 물품을 적극 유통하기 위해 해외에 거점을 마련하고 현지 진출을 타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대중 관세 압박은 징둥에겐 위험 요소다. 미국은 중국과 관세 전쟁을 한창 벌이던 지난달 중국산 소포장(800달러 미만) 제품에 적용하던 면세 혜택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현지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보내던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타격이 커진 상황이다. 징둥이 해외 각지에 마련한 물류센터를 전 세계 공급망으로 활용할 여지도 생긴 셈이다.
이날 현장에서 징둥측 관계자는 “이미 한국에 진출한 알리바바나 테무처럼 한국에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물류 사업을 위해 센터를 개설했다”고 했다. 하지만 유럽이나 다른 시장에서도 징둥이 먼저 물류센터를 열고, 이후 본격 사업을 시작한 전례를 볼 때 한국 진출 역시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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