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지는 ‘지귀연 의혹’, 사법 신뢰 위해 신속히 규명하라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윤석열 내란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의 “향응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지 판사가 이날 향응 의혹을 부인하자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공개한 것이다. 12·3 내란 단죄를 위한 역사적 재판이 ‘재판장 향응 접대’ 의혹으로 차질이 빚어져선 안 된다. 사법부는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합당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지 판사는 이날 내란 사건 재판에 앞서 “평소 삼겹살에 소맥(소주와 맥주) 마시면서 지낸다. 그런 데(룸살롱) 가서 접대 받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향응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 얘기를 하지 않으면 이 재판 자체가 신뢰받기 어렵다는 생각에 말씀드린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신뢰 위기는 지 판사와 사법부가 자초했다. 지 판사는 지난 14일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국회 법사위에서 공식적으로 향응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4일 동안 침묵을 지켰다. 서울중앙지법은 “의혹 제기 내용이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된 바 없고 의혹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았다”며 “입장을 밝힐 만한 내용이 없다”고 했다.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면 될 텐데 ‘의혹 제기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둥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말한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행태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뒤늦게 조사에 나섰지만, 이미 국민 불신은 키울 대로 키웠다.
지 판사는 “판사 뒷조사에 의한 계속적 의혹 제기에 재판부가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공직자가 수백만원의 향응을 접대받으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하물며 그런 행위를 처벌하는 판사가 국회의원이 제기한 접대 의혹을 ‘판사 뒷조사’로 치부하며 무시하는 게 맞나. 그런 오만한 태도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 아닌가. 가뜩이나 이상한 구속기간 셈법으로 윤 전 대통령 석방을 결정해 지 판사에 대한 신뢰는 크게 훼손된 상태다.
민주당은 지 판사와 동석한 이들이 직무관련자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단순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 뇌물죄에 해당한다. 민주당은 “사법부 대응을 지켜보고 증거 추가 공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내란 사건 재판에 차질이 없으려면 이번 의혹은 최대한 빨리 규명돼야 한다. 민주당도 대법원 조사에 협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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