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내집 마련'이라는 욕구

2019년 이맘때쯤으로 기억한다. 주택 구입 빈도에서 30대가 40대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내 집 마련은 40대에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역전된 것이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혹은 공포가 사회초년생인 30대들을 빚내서 집을 사도록 내몰았고, 언론에서는 이를 패닉 바잉(panic buying)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패닉은 소비자보다 정책 쪽에서 왔다고 봐야 한다. 이후에 진행된 갈팡질팡 정책 시리즈가 그것을 보여준다.
30대들은 고통스럽지만 '영끌'을 했을 뿐이었다. 영끌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PIR)은 여전히 13에서 15 사이에 있다. 매달 급여의 절반을 저축해도 30년이 지나야 내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 직장인은 첫 직장에서 평균 49세쯤 은퇴하고, 이후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하니, PIR 15가 얼마나 심각한 숫자인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중 내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절반을 조금 넘는다. 수도권만 보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10%가 안 되고, 다수는 전월세로 민간임대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 집에서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이 3년에 못 미치고, 2~3년마다 이사를 해야 한다. 주거 안정성이 낮고 집값은 오르니 어떻게든 내 집을, 그것도 아파트를 장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남들이 사니까 몰려가서 집을 샀다는 패닉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패닉 바잉을 타개해 보고자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2020년 초에 내놓았던 것이 지분 적립형 분양주택이었다. 매수자는 주택 가격의 20%를 납입해 '내 집'에 입주하고, 향후 20여 년 동안 나머지 80%를 갚아 나가면 된다. 돈을 모아 4년마다 본인의 지분을 늘려 가는 주택 상품이었다. 지분 적립형 분양주택 관련 법과 시행령을 만드는 데 우여곡절이 있었다. 최근에야 경기주택도시공사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는데, 차근차근 내 집을 마련하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최근에 유사한 이름을 지닌 '지분형 모기지'라는 상품을 내놓았다. 주택 매수자와 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지분을 나눠 공동으로 집을 매입하는 상품인데, 은행 대출을 활용하면 1억8000만원 정도의 본인 비용을 갖고 10억원 하는 집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때 정부는 40%의 지분을 '투자'할 수 있고, 매각 시 집값이 오른다면 상승한 금액을 정부와 매수자가 6대4로 나눠 갖는다. 집값이 떨어졌을 때는 문제가 될 터인데, 손실은 모두 정부가 감당한다고 한다. 결국 이익은 나누고, 손실은 정부가 부담하는 대출 상품이 된다. 앞으로 보완을 하겠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지분형 모기지의 속성을 보면,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빚내서 집을 사게 하는 정책이 될 것인데, 지속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보통 사람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과도한 것이 절대 아닌데, 정책적 뒷받침이 쉽지 않다. 욕구보다는 기본권인데도 실현하기가 힘들다. 성실한 사람들이 내 집을 수월하게 마련할 수 있는 사회와 정책을 기대한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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