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에서 교향곡까지, 예술로 피어나는 초여름 대전

이성현 기자 2025. 5. 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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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를 그린 권순철 화백, 한국인의 얼굴로 시대를 증언하다
왕비의 초상에서 전통 목가구까지, 옛 것을 새롭게 보는 감각의 실험
판소리의 깊은 숨결과 국악 창작의 울림…전통과 실험이 공존하는 무대
브람스와 베토벤의 명곡이 울리는 밤, 클래식 정수에 물드는 예술의전당

햇살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진다. 어느 덧 초여름 문턱에 들어선 5월 중순, 나뭇잎은 녹음을 띠고, 도시 곳곳엔 예술의 향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대전의 공연장과 전시장 역시 계절의 풍요로움을 닮은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삶의 고단함을 화폭에 담은 중견 작가의 개인전, 전통을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낸 기획전, 국악의 현대적 실험과 판소리의 정수를 담은 무대, 유럽 클래식 거장들과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다양한 문화예술이 대전을 물들일 예정이다. 일상 속에서 예술의 여운을 만날 수 있는 공연과 전시를 소개한다.

(왼쪽부터) ①권순철, 나, 72,5x90,5cm, 유화, 2018 ②고뇌, 194x260cm, 유화, 2006-2010, 아트센터쿠 제공

◇고단한 얼굴, 한국인의 자화상…권순철 '만고풍상' 展

지난 14일 대전 아트센터쿠에서 막을 올린 '만고풍상(萬古風霜) 권순철 展'은 '민중의 얼굴'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이면을 고찰해온 작가의 깊은 시선을 담아낸 기획초대전이다. 권순철 작가는 6·25 전쟁의 트라우마를 지닌 세대로, 전후의 가난과 분단, 이념의 갈등을 살아낸 한국인의 삶을 캔버스 위에 응축해 왔다. 파리와 양주에 작업실을 두고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는 중견 작가로, 지난 수십 년간 '얼굴'이라는 주제에 천착했다. 그의 그림은 인물의 고유한 표정보다는 주름, 그늘, 피부결 등에서 삶의 궤적을 읽어내도록 유도한다.

이번 전시에선 인물화, 추상 작업 등 총 13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특히 대표작들인 대형 인물화들은 마치 벽화처럼 관객을 압도하는 크기와 질감으로 다가온다. 두텁게 쌓아 올린 마티에르 위에 쓸쓸하게 그려진 인물들은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시대를 살아낸 '존재의 기록'이다.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은 이름 없는 이웃이지만, 그들의 슬픔과 무게는 관객 스스로의 정서와 깊이 공명한다.

전미영 아트센터쿠 대표는 "권순철 화가는 한국 미술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은 깊은 감성과 철학을 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역사적 사건과 민족적 경험을 바탕으로,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을 그려내고 있다"면서 "그의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달 11일까지 대전 유성구 아트센터쿠(골프존 조이마루 6층)에서 열리며, 평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테미오래에서 이달 24일부터 7월 13일까지 상반기 기획전 '채색화, 힙트래디션(hip-tradition); 모두를 향한 동시대 헤리티지'가 열린다. 대전문화재단 제공

◇채색화의 재해석, 테미오래에서 만나는 '힙트래디션'

대전 중구 선화동에 위치한 테미오래에선 이달 24일부터 7월 13일까지 상반기 기획전 '채색화, 힙트래디션(hip-tradition); 모두를 향한 동시대 헤리티지'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문화유산으로서 테미오래가 지니고 있는 다채로운 전통적 가치를 '힙(hip)'한 동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는 자리다. 한국 채색화와 전통 목가구가 지닌 고전적인 요소들이 테미오래라는 근대적 공간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된다.

참여 작가 김은희는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을 바탕으로 백제 왕비의 초상과 의례용 가구를 회화와 설치물로 재현했다. 그가 그려낸 채색화는 단지 고증된 복식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크릴과 미디어 작업, 영상 설치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 실존과 상징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확장한다.

함께 전시되는 소목장 방대근의 목가구는 전통 목공예의 진수를 보여준다. 짜임과 이음만으로 가구를 제작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그의 가구는 견고성과 간결한 미감을 높이 평가받는다. 또 최근 자연목을 활용한 실용 가구가 주목받고 있어 방대근 장인의 작품은 현대적 실내 공간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전통의 가치를 제시한다.

전시는 테미오래 6호 관사 '테미갤러리'에서 진행되며,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22일 오후 7시 30분 작은마당에서 '소리꾼X아티스트 판소리 다섯마당'의 두 번째 무대인 '춘향가'를 선보인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제공

◇아침을 여는 국악, 밤을 수놓는 판소리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선 시민들을 위한 공연을 선보인다.

먼저 22일 오후 7시 30분, 국악원 작은마당에선 '소리꾼X아티스트 판소리 다섯마당'의 두 번째 무대가 열린다. 이번 공연은 국립창극단 단원 김미진이 '춘향가'의 적성가, 사랑가, 옥중가, 어사상봉 등 주요 대목을 펼쳐낸다.

13세에 소리에 입문한 김미진은 중앙대학교 한국음악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공연엔 김태영 고수가 북 반주를 맡고, 목원대 최혜진 교수가 해설을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28일 오전 11시엔 브런치콘서트 '우·아·한(우리의 아침을 여는 한국음악)'이 열린다. 이번 무대는 '유쾌한 악당'이라는 국악 프로젝트 그룹이 장구, 기타, 전자악기 등을 활용해 장단과 서양 음악을 혼합한 창작곡을 선보인다.

대표곡 '산'과 '점'은 장단을 통해 인생의 여정을 표현하고, '달'과 '밤'은 블루스 요소와 푸너리 장단을 결합해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22일 오후 7시 30분, 대전시립교향악단의 '2025 마스터즈 시리즈 V' 무대가 열린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제공

◇'영웅'의 울림, 대전시향의 클래식 정수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선 22일 오후 7시 30분, 대전시립교향악단의 '2025 마스터즈 시리즈 V' 무대가 열린다. 시마노프스키, 브람스, 베토벤의 걸작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

지휘는 폴란드 출신 유렉 뒤발이 맡는다. 그는 신포니에타 크라코비아 시립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을 거쳐 현재는 폴란드 챔버 오케스트라 ROK의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정교한 해석과 생동감 있는 지휘로 유럽 무대에서 명성을 쌓은 그가 대전에서 어떤 울림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첫 곡은 시마노프스키의 '에튀드 내림 나단조'다. 피아노 독주곡으로 작곡된 이 곡은 피텔베르크가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하면서 한층 더 다채롭고 서정적인 매력을 얻게 됐다.

이어 무대에 오를 협연자 달리보르 카르베이는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악장이자 빈 음악예술대학 교수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를 통해 특유의 깊은 감정과 구조적 긴장감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피날레는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이 장식한다. 이 곡은 당초 나폴레옹을 위한 헌정곡이었지만, 그가 황제에 즉위하자 헌정을 철회하고 '이름 없는 영웅에게' 바친 것으로 유명하다. 강렬한 서사와 구조적 혁신을 담은 이 곡은, 베토벤의 고전주의를 넘어 낭만주의 서곡으로 여겨지는 대표작이다.

예매는 대전시향 홈페이지와 대전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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