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공주도 2.0 풍력 ‘우왕좌왕’ 신속성-공공성 삐걱
道-에너지공사 엇박자 첫 공모도 감감

제주특별자치도의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이 3년 가까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당초 목표로 내건 사업의 신속성과 공공성에 대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19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에 관한 세부 적용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이하 적용기준)을 행정예고하고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공공주도 풍력개발은 2015년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에서 처음 도입된 개념이다. 풍력개발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고 주민 상생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였다.
제주에너지공사(이하 공사)가 사업을 맡았지만 사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이에 민선 8기 제주도정은 2022년 말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공공주도 2.0' 개선안 작업에 돌입했다.
공사의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를 철회하고 '풍력자원 공공적 관리기관'이라는 임무를 새롭게 부여했다. 2022년 12월 적용기준 개정안을 고시했지만 공공성 포기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주도는 고시 절차를 돌연 중단했다.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며 이듬해 1월 뒤늦은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제주도가 입지를 발굴하면 공사가 사업개발계획을 수립해 사업자 공고를 하도록 했다. 이후 사업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구 지정 전까지 풍력개발후보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해 12월 제주도는 적용기준 개정안을 고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공사는 지난해 말 풍력발전종합관리계획에 따라 제주시 한경면과 추자도 주변해역을 개발 1순위로 정했다.
이어 새로운 공공주도 2.0 기준을 반영해 올해 초부터 사업개발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입지적정성 평가를 두고 제주도와 공사 간 논쟁이 불거졌다.
공사측은 입지 선정의 주요 근거가 되는 풍력 계측자료 확보를 사전검토의 선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반면 제주도는 지구 지정 단계에서 사업자가 제출하면 된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에 사전검토단계 초기인 사업개발계획 수립 단계부터 절차가 멈춰섰다. 공공주도 2.0의 세부기준을 두고 관리청인 제주도와 공사가 해석을 달리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논쟁이 이어지자 오영훈 도지사는 4월7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도정질문에서 "주민 수용성이 확보됐다. 빠르면 이번 주에 사업자 공모에 나서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풍황 계측은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자료다. 현행 적용기준의 평가지표에는 입지적정성의 세부항목으로 '풍황자원계측 자료의 적정성 여부'가 포함돼 있다.
풍황 계측기 설치에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이에 위성과 기상자료를 활용한 데이터가 활용되지만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에 따른 손실로 책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제주도는 공모 과정에서 풍황 실측 자료가 아닌 이미 공개된 위성 자료 제출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다. 이를 통해 사업자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불확실성이 큰 위성자료를 근거로 공모에 뛰어들 사업자는 없다며 '에퀴노르' 내정설을 의심하고 있다. 에퀴노르는 자체 풍황 자료를 이미 확보한 업체다.
여러 논쟁 속에 2022년부터 시작된 '공공주도 2.0'은 3년이 되도록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적용기준조차 개정이 반복되면서 사업의 신뢰성과 공정성마저 훼손되고 있다.
당초 사업의 신속성을 제도개선의 이유로 내걸었지만 절차는 더 꼬였다. 세부기준이 개정되면 사업개발계획 수립을 다시 해야 한다. 이 경우 상반기 공모도 사실상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