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우의 스톡피시] 하이에나들, 병든 사자 물어뜯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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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종종 하이에나에 비유된다.
국가가 강할 땐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순식간에 한국이 국가 부도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신평사들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국가 빚으로 떠받쳐 온 미국의 정책이 한계를 노출하면서 신평사들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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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마저 신용등급 낮춰
신평사 집단공격 움직임에
미국 채무상환능력 더 악화
美 위기때마다 희생양 찾아
'제2 플라자합의' 우려 커져

한 국가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종종 하이에나에 비유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국가가 강할 땐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병이 들었다고 생각하면 그제야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한 번씩 건드려 보면서 힘이 얼마나 남았는지 살펴본다. 그러다 힘이 빠진 것으로 확인되면 순식간에 모여들어 집단을 형성한다. 이때부터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이런 점에서 신평사들은 기회주의적이고 집단적이며 사후적이다. 그들은 선제적인 신용 평가로 위기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는 위기를 증폭시킨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던 한국이다. 당시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빠져들 때 신평사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병이 곪을 때로 곪은 후 그들은 집단적으로 움직였다. 단 두 달 만에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9단계나 떨어뜨렸다. 순식간에 한국이 국가 부도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신평사들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신평사들이 이번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미국을 건드리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국가 빚으로 떠받쳐 온 미국의 정책이 한계를 노출하면서 신평사들을 자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이후 신평사들은 하이에나처럼 미국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2023년 피치가 가세했고, 2025년 5월에는 무디스까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세계 3대 신평사가 모두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먼저 미국의 병이 중증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25년 5월 미국의 국가 총부채는 36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120%가 넘는다. 2001년 미국 국가 부채는 5조6000억달러, 부채 비율은 53%였다. 25년 만에 부채는 7배나 늘었고 부채 비율도 70%포인트 급증했다. 빚에 대한 이자만 연간 1조5000억달러다. 미국은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빚쟁이 국가로 전락했다.
무디스까지 가세하면서 신평사들은 이제 집단적으로 미국을 공격할 준비를 갖췄다. 그들이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면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미국채를 던지고 이는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럼 미국의 빚 갚을 능력은 더 떨어진다. '신용등급 하락→국채 금리 상승→채무 상환 능력 쇠퇴→신용등급 추가 하락'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신평사들의 집단성이 발휘되면 속도는 한층 빨라진다.
미국만 쳐다보면 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올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미국이 여타 국가와 다른 점은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무기로 전 세계 경제를 엮고 있다. 또 많은 나라에 정치·군사적으로도 개입하고 있다. 부채 위기가 가져올 파장을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위기가 오면 일단 다른 나라들을 앞세운다. 정치·군사·경제적 관계를 총동원해 다른 나라로 위기를 이전시키고 시간을 벌어 충격을 줄이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역사도 이를 보여준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달러를 갖고 오면 금으로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한순간에 뒤집었다. 다른 나라들은 곤경에 처했지만 미국은 이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일본·독일의 통화가치를 급속히 올리는 '플라자 합의'를 반강제적으로 맺었다. 이들은 희생양이 됐지만 미국은 무역과 재정 두 분야의 '쌍둥이 적자' 문제를 해결했다.
2025년 미국은 어느 나라를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와 달리 스스로가 먹잇감이 될 것인가. 병든 사자와 그를 둘러싼 하이에나의 움직임에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노영우 부국장·매경아카데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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