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살생의 지혜, ‘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 지정…공동체 전승 가치 인정

곽성일 기자 2025. 5. 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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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식재료·절제의 철학 담긴 식문화…보유자 없는 공동체 문화유산으로 등재
발우공양부터 발효기술까지…전통 계승과 현대적 재해석 동시에 주목
서울 진관사 사찰음식.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불살생의 철학 깃든 '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 됐다

육류와 오신채(마늘·파·부추·달래·흥거)를 사용하지 않고, 지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로 생명을 해치지 않는 음식을 만드는 사찰 고유의 식문화가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불교의 수행 전통 속에서 전승돼 온 「사찰음식」을 새로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지정은 특정 보유자나 단체가 아닌 '공동체 종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국 각지 사찰에서 공동체 구성원이 오랜 시간 전승해온 전통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발우공양.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사찰음식은 단순한 채식을 넘어,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는 불교의 불살생(不殺生) 원칙과 생명 존중, 절제의 철학을 음식에 구현한 고유한 문화유산이다. 승려의 일상식인 수행식에서부터 의식을 반영한 발우공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승돼 왔다.

문헌적 근거도 풍부하다. 고려시대의 『동국이상국집』과 『조계진각국사어록』, 『목은시고』 등에는 채식 만두, 산갓김치 등의 음식이 등장하며, 조선시대 『묵재일기』, 『산중일기』 등에는 두부나 장류를 만들고 민간과 곡식을 교환하던 사찰의 음식 활동이 기록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정과 관련해 "사찰음식은 한국 불교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생활문화유산으로, 각 지역 식재료와 발효기술이 결합돼 지역성과 창의성까지 함께 지닌다"며 "오늘날에도 사찰에서 활발히 전승되고 있으며,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 또한 그 문화적 다양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정은 단순히 음식의 전통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식문화의 철학적 깊이와 생명력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 사찰음식 관련 학술연구와 전승 활성화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무형유산의 대중적 공유 확대에도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