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오요안나 유족 절규…"모순으로 MBC 면죄, 가슴에 대못"
"사장끼리 괴롭히나?" 유족·시민단체들, 고용노동부의 노동자성 부정 규탄
"MBC 근로감독, 방송사들의 노동자성 지우기 문제를 덮기 위한 면피" 비판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일을 했는데, 공채로 뽑아서 프리랜서 계약 쓰고 일을 부려먹으면서, 선후배 사이를 만들어놓고, 팀장과 국장 놓고 컨펌 받으면서 노동자가 아니라고요? 어떻게 그게 노동자가 아닙니까. … 국장이, PD가, 팀장이 컨펌하는데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 안 하세요?”
MBC에서 일하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고 오요안나 보도국 기상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위와 같이 소리쳤다. “고용노동부는 요안나가 MBC의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 이렇게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결정을 할 수 있나? 노동부가 이따위 결과를 가져오는 마당에 MBC가 책임지겠나”라고 묻던 그는 “우리 강아지가 보고 싶다. MBC가 너무 싫다”라며 흐느꼈다.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유가족과 시민·노동인권단체들은 이날 노동부의 MBC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노동부가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유가족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MBC에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주최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지난 17일부터 MBC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괴롭힘 인정”이라고 규정하는 보도가 쏟아진 것을 두고 “특기할 점은 괴롭힘 인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치 지금의 보도들은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과 서울고용노동청이 최선을 다해 조사한 것처럼 설명을 하고 있지만, 어찌 보면 모순적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괴롭힘이 성립하는 요건은 업무상 위계질서인데, 대체 개인사업자이자 독립사업자가 어떻게 선후배 관계가 성립하고, 괴롭히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근로감독은 한 발 나아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송사들의 노동자성 지우기 문제를 덮기 위한 면피”라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부가 MBC 기상캐스터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며 든 근거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유족에 따르면 노동부 측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면담에서 오 캐스터의 업무가 10가지 노동자 판단 기준 가운데 3가지를 충족해 5가지에 못 미친다며 “애매하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노동전문 변호사와 노무사들은 이에 대한 반증이 있거나, 반대 징표가 부수적이거나, MBC가 우월적 지위에서 정할 수 있는 부분으로 오히려 무늬만 프리랜서로서 권리를 박탈 당한 부분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MBC 기상캐스터가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상당한 재량을 갖고 자율적으로 업무수행을 했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었으며 별도로 정해진 휴가 절차도 없었다고 했다. 행정·당직·행사 등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부 캐스터는 외부 기획사나 엔터테인먼트사에 속했고 개인 영리활동을 해왔다며 근로자성 부정 근거로 들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하 노무사는 'CCTV 사용해라', '극단적 표현 사용하지 마라' 등 회사의 지휘·감독이 정규직 PD 등 제작진이 같이 있는 곳에서 내려왔다고 짚었다. 겸직 사실 자체로 노동자성을 불인정한 것을 두고선 “회사원이 대리운전하고 주말에 편의점에서 근무하면 갑자기 프리랜서가 되는가?”라고 되물은 뒤 기상캐스터들이 MBC에 공채로 입사했고 타 방송사의 기상캐스터로 활동하지 않은 점에서 전속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계약에 약정된 업무 외 (당직, 행정 등) 업무를 수행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이것이 없다고 해서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방송사 '무늬만 프리랜서' 소송을 대리하고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한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그간의 노동자성 인정 판례를 들어 “법리와 증거에 비출 때 오요안나 님은 MBC가 고용한 근로자가 맞다”며 “이번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대한 기대가 무참히 꺼져 속상하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4년 MBC 프리랜서 시사교양 PD들이 부당해고됐다고 인정하면서 “PD들의 업무는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정규직 근로자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수행하는 것으로 그중 일부분만 따로 떼어내 독립사업자에게 업무 위탁할 만한 성격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판례는 이후 이어진 방송비정규직의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소송에서 기준이 되는 판례가 됐다.
서울행정법원도 MBC 뉴스투데이 방송작가 노동자성을 인정하며 “방송사가 출·퇴근 시간을 분 단위로 일일이 관리·감독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작가들로서는 방송사가 정한 방송 일정에 맞춰 출근했다가 업무를 마쳐야만 퇴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윤 대표는 “대법원 판결로 확립된 법리는 일관됐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아직까지도 형식만 따져 '당신이 당한 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라며 돌려보낸다. 이 탓에 일선 현장에서 괴롭힘과 성희롱을 당하는 수많은 무늬만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좌절하고 끝내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고 했다.
고인 어머니 장씨는 “이번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모두가 외면하나”라며 “제발 도와 달라.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특히 MBC가 책임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부를 향해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근로감독을 철저하게 다시 실시해 MBC를 비롯한 한국 방송미디어 산업의 '무늬만 프리랜서' 병폐를 끊어내라”고 요구했다.
MBC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조직문화 개선, 노동관계법 준수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올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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