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푸틴화” 규탄…부다페스트서 대규모 시위
헝가리 여당이 독립 언론과 비정부기구(NGO)를 ‘국가 주권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하자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민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8일(현지시간) 수만 명의 시민들이 오르반 총리가 추진하는 ‘공적 생활의 투명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규탄하기 위해 수도 부다페스트에 모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이 법률안이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고 독립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사당 옆 코슈트 러요시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헝가리 국기, 유럽연합(EU) 국기, 무지개 깃발을 들고 “독재가 아닌 자유로운 헝가리에서 살고 싶다”고 적힌 현수막을 흔들었다. 시민들은 AFP통신에 “이 법안은 모호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며 “러시아처럼 정부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면 잡혀갈 수도 있다”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해당 법안은 헌법에 명시된 특정 가치를 위반하거나 비판하는 단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감시, 수색 및 활동 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정 가치’는 결혼, 가족, 생물학적 성의 우위 등을포함한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이 법안에 대해 “국민이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위협일 뿐”이라며 “정부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언론 활동과 공론장 참여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재집권 이후 법원, 언론, 시민 사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오고 있다. 자금 삭감, 주요 언론 매체 장악 등을 통한 억압에도 불구하고 단체들이 크라우드 펀딩과 EU, 미국 등의 지원으로 살아남자 지난 3월 오르반 총리는 “외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선전 네트워크’같은 시민사회 단체들을 해산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 피데스는 성소수자와 이중 국적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권위주의적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을 포함한 300개 이상의 NGO와 독립 언론들은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모든 비판의 목소리를 막고 헝가리 민주주의의 유산을 제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는 외국 자금에 기반한 단체들을 해산해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다른 행사에서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표”라며 자신에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헝가리를 식민지화하려는 배신자”라 칭했다.
EU는 해당 법안이 사생활 보호권과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법안이라 보고 최고법원에 회부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마르쿠스 램머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헝가리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세훈, 두차례 버티다 서울시장 후보 등록…장동혁에 선 긋고 독자 행보 나서나
- 지구궤도서 찍은 잠실 주경기장이 이렇게 뚜렷하다고?
- “새 상품으로 주세요” “이유는요?”…무신사 고객 응대 논란 확산
- 인구 70만 소국, 미국 향해 ‘돌직구’···호르무즈 파병 요구에 “협박하지 말라”
- 이 대통령 “사업자금 속여 대출해 부동산 구입하면 사기죄···편법 결코 용인 안해”
- ‘롤러코스피, 어느 장단에 사고파나’···지친 개미들, 거래대금·빚투 규모 팍 식었다
- [속보]부산서 항공사 기장 살해한 50대 부기장 14시간만에 울산서 검거
- 안규백 국방 “미국서 군함 파견 요청 없어···청해부대 기존 아덴만 임무와 차원 달라”
- 로이터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휴전 제안 거절···‘미국이 무릎 꿇어야’”
- ‘도라에몽의 아버지’ 쓰토무 애니메이션 감독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