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갈라져 나를 삼켰으면…” 가자지구 참상에 매일 좌절하는 구호 활동가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식량 배급소에서는 아침마다 아비규환이 펼쳐진다. 배급 시간이 되면 줄도 없이 몰려든 아이들, 노인들, 남성과 여성이 뒤엉켜 빈 냄비와 그릇을 들이밀고 음식을 달라고 호소한다. 그렇게 얻고자 하는 음식은 렌틸콩이나 강낭콩, 토마트 소스에 익힌 완두콩 한 국자다. 이스라엘군이 구호품 지원을 차단한 후 니하드 아부 쿠시와 10명의 요리사가 일하는 이 배급소는 하루 1000명분의 식사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매일 아침 2000명 넘는 주민들이 몰려든다. 아부 쿠시는 “무력감을 느낀다. 사람이 너무 많다”며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AP통신에 말했다.
AP통신은 18일(현지시간) 세계 각지의 재난 상황을 경험한 구호 전문가와 가자지구 전쟁을 겪어온 팔레스타인인 등에게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이스라엘 봉쇄의 여파를 물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지금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여태껏 본 것 중 최악의 재앙’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2일부터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모든 식량, 연료, 의약품 등을 전면 차단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기본적인 양의 식량”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구호단체 활동가들은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경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기 중인 약 17만t의 구호품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레이첼 커밍스 세이브더칠드런 긴급대응 조정관은 “지금 필요한 건 식량이 가자지구 안으로 들어오는 것과 아이들을 향한 이 의도적 공격을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191454001
이스라엘이 ‘기본적인 양’의 반입을 허용했지만, 대기 중인 구호품이 적시에 배급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라는 민간단체를 통해 배급하겠다고 했는데, 유엔(UN)과 구호단체들은 반발했다. 미국의 무장 민간경비업체와 이스라엘군의 시설 경비·관리가 군사 점령과 다르지 않고, 일부 지역에서만 구호를 펼치는 것 또한 전략적 목적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팔레스타인인들을 특정 지역의 배급소로 옮기게 강요해 가자지구 일대를 비우게 하고, 손쉽게 군사 점령을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비판이다.

쓰레기 뒤져 먹을 것 찾는 난민들
구호단체 활동가들이 전한 가자지구의 실상은 처참했다. 영양사로 일하는 라나 소보는 신생아에게 모유 수유를 하던 중 기절해 응급실로 실려 온 산모와 영양실조에 걸려 울 힘도 없는 갓 돌이 지난 아기를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다. 그들과 나누던 자기 몫의 음식과 돈도 다 떨어진 소보는 “돕고 싶지만 도울 수 없다는 게 가장 고통스럽다”며 “땅이 갈라져 나를 삼켜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극한까지 줄어든 물 배급도 가자지구 주민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마시고, 씻고, 요리하는 데 쓸 수 있는 1인당 하루 3~5ℓ의 물 배급량은 심각한 위생 문제로 이어진다. 마흐무드 알 사카 옥스팜 식량안보 조정관은 사람들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 찌꺼기를 찾는다며 “그들의 눈에서 배고픔이 보인다”고 했다.
영양실조에 쓰러진,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다친, 질병이 악화한 이들이 몰려드는 병원은 매일 생지옥이 펼쳐진다. 가자지구 북부의 알아우다 병원은 연료·산소통이 없어 손으로 펌프를 눌러 환자의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모하메드 살하 병원장은 의료진이 72시간 교대로 펌프질을 했던 환자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폭발에 다쳐 두개골이 깨진 환자들은 드릴, 봉합제, 티타늄판이 없어 목숨을 잃고 있다.
의료 NGO ‘팔레스타인을 위한 의료지원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외국인 의사는, 고장 난 인공 달팽이관(청각 보조 장치)을 교체할 수 없어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지 못한다고 했다. 이 의사는 이스라엘의 보복을 피하려고 AP통신에 익명을 요청했다.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 주민이 충분한 양의 열량을 섭취하고 있으며, 휴전 기간 필요한 양의 구호품이 유입되었다고 주장했다. 구호단체들은 이스라엘이 식량을 무기화해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박해왔다. 알 사카 조정관은 “결국 음식을 이용해 사람들을 굴복시키고, 통제하고, 이동시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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