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등사’ 다와다 요코 “민주주의 사회에서 침묵은 위험해”

“일본에서는 20~30년 전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정치 얘기는 안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치적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논쟁의 분위기가 싫어서라는데, 친구들끼리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침묵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일본 작가 다와다 요코는 19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대표작인 <지구에 아로새겨진>, <별에 아른거리는>, <태양제도> 3부작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 여행 중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없어져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찾아 떠나는 ‘히루코’의 여정을 담은 ‘히루코 3부작’은 말의 향연이라 불릴만큼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수다가 등장한다.
그의 작품들은 비극의 상황에서 낙관적 세계관을 말한다. 2018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에서 수상한 <헌등사>도 그렇다. 작품은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고 나서 태평양 한가운데를 표류하듯 고립된 일본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인물들 간의 통합 노력에 대해 다룬다.
그는 “전쟁을 보더라도 자연 파괴 상황을 보더라도 지금의 세계는 비관적이다. 그럼에도 2차세계대전 당시 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에서 상황은 비극적이지만 낙관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와다는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1982년 와세다 대학에서 러시아문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이주했다. 일본에서 1993년 <개 신랑 길들이기>로 아쿠타가와상을 2013년 <구름 잡는 이야기>로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았다. 독일에서는 2005년 괴테 메달, 2016년 신진작가에게 주어지는 클라이스트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언급됐다. 그가 약 30 년 동안 쓴 작품들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으며 전세계에서 1000회가 넘는 낭독회가 열렸다. 국내에는 히루코 3부작 외에도 <헌등사>, <눈 속의 에튀드>등이 번역돼 소개됐다.
다와다는 독일어와 일본어 두 언어를 사용해 작품활동을 전개하는 대표적인 엑소포니(exophony) 작가다. 엑소포니는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쓴 문학을 뜻한다. 그는 “하나의 언어로 문학 창작을 하다보면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이때 다른 언어로 사고를 회전시키면 지금 쓰는 것을 내부에서 타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꼭 외국어일 필요는 없고 고전문학의 언어, 방언, 학생들의 언어여도 좋다. 스탠다드한 문학 언어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이 엑소포니”라고 말했다.
다와다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4일간 한국에서 독자들을 만난다. 이날 오후 7시 교보인문학석강에 참석한 뒤 20일 오후에는 서울대에서 낭독회를 가진다. 22일에는 김혜순 시인과 비공개 특별 대담도 진행한다. 대담 내용은 <대산문화> 여름호에 수록된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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