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성장 돕되, 자산 버블 억제해야 [왜냐면]

한겨레 2025. 5. 19. 16:2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우클릭과 자산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정책에 대한 핵심메세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기 |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
·전 일자리위 부위원장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경제 유튜버들과의 토크쇼에서 “부동산 투자를 막을 길 없더라”고 말했다. 부동산을 거주 목적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투자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을 용납해야 한다는 이 발언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함께 이 후보의 우클릭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그런데 이러한 우클릭은 이 후보의 생각이 오른쪽으로 경사했다기보다는 변화된 유권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대응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가 ‘자산경제’로 이행했기 때문이다. 자산경제란 실물경제나 일자리, 근로소득보다 주식이나 가상자산,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투자 소득이 중시되는 경제를 말한다. 근로소득 이외 주택 소유 여부, 금융투자소득의 크기 등이 사회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사회를 말한다.

한국은행 국민대차대조표상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469조원에 이른다. 2008년 1609조원 대비 240%가 증가했다. 절반이 현금 및 예금이고, 주식 투자에 해당하는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보유액이 1109조원이다. 2008년 371조원에서 200%가 증가했다. 같은 시기 월평균 근로소득이 227만9천원에서 373만7천원으로 64% 증가한 것에 비해 3배 이상 빠르게 늘어났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동산 자산 또한 2008년 3120조원에서 2023년 말 7000조원으로 124% 증가했다.

한국 사회의 자산경제로의 전환은 2015년 박근혜 정부 후반기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이 시행된 이후 급속하게 진행되었고, 팬데믹 기간을 겪으며 완성되었다. 팬데믹 시기 한국 정부는 다른 나라가 그러했던 것처럼, 경기 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을 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대부분의 기간 중 2% 이하의 저금리 정책을 펼쳤고, 팬데믹 기간 중 금리는 0.5%까지 떨어졌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되었던 가계부채에 대한 양적 관리정책은 팬데믹 기간 중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산이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1603조원과 1792조원 증가했다.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을 비롯한 금융자산의 증가 폭도 매우 컸다. 실물경제도 좋았고, 자산 부문에 거품도 형성된 결과였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동안 늘어난 자산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5년 동안 증가한 자산 전체의 75%에 달했다.

다음달 이후 새롭게 출범할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과 통화정책을 펼 것이 확실시된다. 확장적 거시정책이 불가피하다면 부동산 등 자산 버블의 발생을 막는 일은 금융정책의 몫이 될 것이다. 과도한 주택담보대출로 대표되는, 자산의 소유권 이전만을 위한 자금의 비생산적 조달과 순환을 억제해야 한다. 혁신 기업과 벤처에 대한 자금 지원을 통해 실물경제의 성장을 돕는 생산적 자금 순환을 확대해야 한다.

산업정책과의 결합도 필요하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 금융시장만으로는 중후장대형 산업구조의 전환, 기술융합을 통한 산업 고도화, 핵심 첨단기술의 개발과 경쟁우위 확보를 성취하기 어렵다. 특히, 첨단 산업의 기술 혁신은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 투자의 장기성, 수익이 날 것인지의 불투명성 때문에 정부의 산업정책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2000년대 이후 민주정부는 시장주의의 공세 속에 산업정책과 정책금융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보수정부는 정책금융기관 민영화에만 관심을 보였다.

정리해 보면 한국 사회는 팬데믹을 겪으며 자산경제로 전환했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근로소득 증가율이 자산소득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산소득을 늘리려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민주개혁 정부가 자산경제를 대하는 방식이 버블을 통한 경제 불안정과 자산 불평등을 확대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산업과 기업의 성장과 혁신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금융소득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경계해야 한다. 버블을 억제하고 실물경제의 가치 창조에 따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기반한 자산소득의 증가여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이러한 시각으로 자산경제에 대응한다면, 그것은 우클릭으로 치부되기보다는 민주개혁 진영의 적절한 성장 전략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