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아프리카의 '통일벼'

1970년대, '통일벼'는 대한민국을 굶주림에서 구한 그야말로 '구황(救荒·기근이 심할 때 빈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벼' 품종이었다. 쌀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며 보릿고개를 추억으로 만든 통일벼는 이후 밥맛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밀려 1990년대 들어 사라졌다. 하지만 한국에서 잊힌 통일벼가 지금 아프리카에서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형 쌀 생산 벨트'로도 불리는 'K-라이스벨트' 공적개발원조(ODA)로 한국이 개발한 벼 품종을 아프리카에 보급하고 농업 기술을 전수해 식량 자립을 돕는 프로젝트다. 감비아, 우간다, 가나, 기니, 카메룬, 세네갈, 케냐 등 7개국에서 시범 재배된 개량 통일벼는 향미와 생산성에서 현지인의 호평을 받고 있다. 통일벼가 냉해에 약한 단점이 있지만 기후가 따뜻한 아프리카에서 생장이 오히려 적합하다고 한다.
이 사업의 핵심은 단순한 원조가 아니다. 스스로 식량 자급을 이룰 수 있게 돕는 협력이다. 한국이 6·25 전쟁 후 굶주림을 겪으며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기억은 아프리카 지원에 진정성을 더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 사업의 슬로건으로 내건 '쌀로 잇는 따뜻한 우정'이란 표현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K-라이스벨트'는 더 큰 세계적 과제를 시사한다. 인류는 지금도 인구 대비 30%가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중 3분의 1이 버려지고 있다. 반면 세계 인구 11명 중 1명, 8억 명 이상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학자 바츨라프 스밀(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은 이를 '분배 시스템의 실패'라고 일갈한다. 식량 부족이 아니라 식량 구조의 모순이 기아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 식량의 생산은 충분하지만 핵심은 '공정한 분배'라는 것이다. 생산된 식량을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저장하며,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구원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K-라이스벨트도 바로 그 실천적 해답의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