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AI, 여전히 하드웨어에 치우쳐…통합 운용 AI 도입 절실” [SFF 인터뷰]
“NATO, 전투역량 강화 위해 전장 AI 도입”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최근 글로벌 전장에서는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인공지능(AI)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으로 작전을 파고드는 군사 AI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AI는 지휘관의 결정을 좌우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세계 군사력 5위국인 한국의 국방 AI는 어느 수준까지 다다랐을까. 조셉 리 팔란티어 한국 공공부문 대표는 "한국의 국방 AI는 여전히 하드웨어 수준에 머물러 있어 작전 수행에 실질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장 운영형 AI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확보해 한국이 주도하는 국방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팔란티어는 어떤 AI 서비스를 제공하나.
"팔란티어는 AI 기술이 인간의 자유와 창의성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증폭시켜야 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AI를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보조하는 '도구'임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렇기에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은 의료·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역량을 높이고, 복잡한 위기 상황에서 인간과 AI가 협력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지원한다.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을 확보해 사용자가 AI의 판단 근거를 납득할 수 있도록 돕고, 특정 소프트웨어 제품에 종속되지 않도록 개방형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전장에서도 AI가 본격 활약하기 시작했다.
"과거 군사 AI는 '복잡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기술' 정도로 여겨졌다. 냉전 시기 미사일 유도 시스템, 초기 무인항공기(UAV) 항법 장치에 적용된 자동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센서, 통신, 컴퓨팅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군사 AI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반복 작업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거나 때론 새로운 통찰까지도 제공하는 '지능형 작전 운용 AI'가 현실화된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드론과 위성통신을 연계한 표적 식별 시스템의 효율성이 입증됐고, 다양한 군사 영역을 통합해 운용되는 '다영역 통합 운용 AI'의 필요성이 급격히 부각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팔란티어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군사 데이터 분석, 정보 융합, 표적 식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국방 AI는 어느 수준까지 진화했나.
"실시간 데이터 통합·분석, 예측·예지 기능, 다영역 연계 작전 지원 등에서 혁신적인 진화를 이뤄냈다. 단순히 상황을 인식하고, 전쟁 현황을 알려주기 위해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대시보드 수준에서 벗어나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한 능동적인 결심을 지원하고, 군의 기능별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종합 지능형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있다.
대표적으로 팔란티어의 전장 인텔리전스 플랫폼인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은 위성 및 드론 영상을 AI로 분석해 수 초 내에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데, 현재 육·해·공은 물론 우주와 사이버 데이터를 하나의 인터페이스(접속기기)로 융합시키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또한 분석에서 의사결정에 도달하는 시간을 분 단위까지 축소시켰다. 루트비히 디캄프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보국장에 따르면, NATO는 올해 3월 회원국들에 맞춤형 첨단 AI 기능을 제공하고, 현대 전장에서의 전투역량 강화 및 효과적이고 단호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적 AI 플랫폼으로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채택했다."
한국의 국방 AI 기술과 역량은 어떤 수준인가.
"AI의 4가지 기술 요소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인재 프레임워크로 분석해 보면, 한국의 AI 군사력은 '소프트웨어 역량 부족으로 인한 기술 불균형'과 '전략적 협력 기회'가 공존한다.
우선 한국의 군용 지휘통제(C4I) 체계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여전히 단순 대시보드, 개별 시스템 통합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전장에 직접 반영되기가 어려운 구조다. 팔란티어의 군용 AI 플랫폼(AIP for Defence)이 실시간 분석, 시뮬레이션, 결심 지원 과정을 수초~수분 내 완료하고, 작전에 직접 반영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방산 AI 대다수가 하드웨어 중심에 머물러 있다. 올해 국내 국방 AI에 투입된 예산 1.2조원 중 70%가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돼 있는데, 소프트웨어 기반이 부족하니 이론적 성능과 실제 야전 간 간극이 크다. 육·해·공군 간 데이터 포맷이 각각 다르고, 소프트웨어 도입 및 확산과 관련된 제도 등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AI 군사력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의 최우선 과제는.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군사 AI 역량을 확보하려면 전장 운영형 AI 기반의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확보하는 것이다. 글로벌 AI 기업인 팔란티어 등과 전략적 협력을 맺어 소프트웨어 역량을 향상시킬 경우,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 기술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술 종속 우려만으로 국산화에 집중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AI 도입이 지연돼 국방 및 방산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서방 세계의 C4I 표준으로 자리를 잡는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과 호환되는 AI를 도입한다면 한·미 상호운용이 가능해지고, 국방 운용 AI도 본격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협력을 통해 구축된 AI 소프트웨어를 한국의 방산 제조 역량과 결합하면, K방산의 수출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 특히 서방 C4I 체계와 유기적으로 호환되는 무기체계를 갖추게 된다면 미국 등 동맹국에 더 신뢰받는 선택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주도하는 국방 AI 생태계와 개방형 표준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
군사 영역에서 국가 간 협력 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방위산업 내 기술협력은 초국가적 장벽과 정보보안, 기술이전 제한 등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핵심 가치관의 공유, 압도적인 성능과 품질에 기반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AI 기술은 가치 중립적이지 않기에, 이를 개발·운용하는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관, 윤리적 기준이 기술 전반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방 및 방산 AI 솔루션을 도입할 때는 한국의 민주 질서와 가치를 존중하는 파트너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팔란티어는 한·미 양국의 굳건한 전략적 동맹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 내 방산 AI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메이븐 지능형 체계 도입 및 확산, 그리고 국내 방산기업과의 무인수상정·AI 조선소 개발 등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단계다."
보안 우려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나.
"팔란티어의 군사용 플랫폼 제품군은 군이나 기업의 기밀을 고객이 소유한 인프라 내에서 직접 저장하고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모든 데이터는 고객의 전용 스토리지에 분리 저장되며, 팔란티어는 기술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저장할 수 없다. 암호화 키 또한 고객이 직접 관리하고, 통제한다.
한국은 북한의 AI 기반 사이버 공격 등 보안 취약점 해소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데, 다층적 보안 기술과 통제 가드레일을 갖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게 되면 보안 태세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2년 동안 진행돼 온 시사저널의 '컨퍼런스G'는 올해부터 '시사저널 미래 포럼(SFF·Sisajournal Future Forum)'으로 거듭납니다. 5월28일 열리는 이번 행사는 AI 기술 패권 시대의 거대한 전환 속에서 방산·반도체·데이터센터·글로벌 협력 등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한국 기업은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답을 찾아야 할까요. 포럼에 앞서 국내외 AI 선도 기업과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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