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녹음” 말고 길이 없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인가 [왜냐면]

한겨레 2025. 5. 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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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정작 아이가 겪었을 고통은 증거가 될 수 없었고, 그 침묵은 여전히 법정 밖에 남아 있다.

"불법 녹음"이라는 비판보다 먼저, 그들이 왜 그런 수단에까지 의존해야 했는지 사회는 답해야 한다.

아이가 말하지 못하니, 대신 말해줄 수 있는 건 녹음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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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 광주대 한국어교육과 학과장

우리는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아무도 보지 않는 교실 안에서, 정서적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부모는 아이의 침묵을 대신해 진실을 기록하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불법 녹음”이라는 판결이었다. 정작 아이가 겪었을 고통은 증거가 될 수 없었고, 그 침묵은 여전히 법정 밖에 남아 있다.

최근 한 항소심 재판부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학생의 어머니가 아이 옷 속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발언을 확보했지만, 법원은 이것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교사의 언행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녹음이 아니었다면, 무엇이 있었는가. 장애아동의 부모가 자녀의 고통을 확인하고 구조를 요청하기 위한 공식적 방법은 있었는가. “불법 녹음”이라는 비판보다 먼저, 그들이 왜 그런 수단에까지 의존해야 했는지 사회는 답해야 한다.

자폐 성향의 아동은 상황을 언어로 설명하지 못한다. 정서적 학대가 있었는지, 수업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로 전달할 수 없다. 그렇기에 부모는 변화된 눈빛, 말없이 웅크리는 자세, 반복되는 거부 반응을 단서 삼아 마음을 읽으려 애쓴다. 아이가 말하지 못하니, 대신 말해줄 수 있는 건 녹음기였다. 그마저도 “위법”이라는 낙인이 찍힌 순간, 보호자의 모든 시도는 법정 밖으로 밀려났다. 이 순간에도 말 못 하는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어떤 말들을 듣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법을 존중한다. 그러나 법이 현실을 따르지 못한다면, 제도는 공백이 된다. 정서적 학대는 흔적이 없고, 침묵은 증거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장애아의 부모는 앞으로 무엇으로 아이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가. 교실 안을 찍는 폐회로텔레비전(CCTV)은 인권침해라며 꺼리고, 교사와 면담하자고 하면 “오해”라며 선을 긋는다. 내부 고발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고, 학교 시스템은 종종 ‘문제 삼는 부모’를 불편하게 여긴다. 결국 부모는 법 밖의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교사의 교권이 아니다. 진짜 위기는 교사와 아동 모두를 지킬 수 없는 교육 시스템이다. 특수교육 현장은 가장 많은 돌봄이 필요한 공간이지만, 가장 적은 감시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교사의 감정노동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고, 학부모의 목소리를 담아낼 창구도 불투명하다. 제도는 무력하고, 책임은 분산되며, 고통은 계속된다.

이제는 물어야 할 때다. 녹음이 불법이라면, 장애아동의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법리로 덮인 또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버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정말 지켜야 할 것은 교사의 평판이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아이의 권리다. 그 권리를 위해, 지금이라도 제도가 보호하지 못하는 영역을 직시하고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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