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선, 정열적 색채…'퇴직 후유증' 극복한 대기업 CEO의 변신

오진영 기자 2025. 5. 1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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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공자도 아닌데다 미술 수업에서 칭찬 한 번 못 들어 봤어요. 미술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수십년간 작품을 그려온 기성 작가들에 비해 아직은 신인 작가지만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화풍, 과감한 색 사용은 이 작가만의 특징이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하모니즘'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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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중구 정동 산 다미아노 갤러리에서 만난 이창규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오진영 기자


"저는 전공자도 아닌데다 미술 수업에서 칭찬 한 번 못 들어 봤어요. 미술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9일 서울 중구 정동 산 다미아노 갤러리에서 만난 이창규 작가는 "미술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매출 7조원이 넘는 종합상사 SK네트웍스를 이끌던 CEO(최고경영자)였지만 미술에는 문외한이었다.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고 전공 지식도 없었지만 열정 하나로 붓을 잡았다. 기초 원근법부터 해부학과 유화까지 섭렵하면서 매년 1000장이 넘는 그림을 그려냈다.

이 작가는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 직장을 그만두니 연락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퇴직 후유증에 시달렸다"며 "그러다 그림을 알게 됐는데 12년간 하루도 안 빼고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고 오래 그려온 사람을 따라가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직장 다니듯 해보자'는 결심으로 매일 최선을 다했다"고 웃었다.

이 작가는 결국 2023년 통일문화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며 지난해엔 제4회 중앙회화대전에서 입선했다. 올해는 포르투갈의 도시와 축제, 소외된 지역을 주제로 한 '도시와 사람들'이라는 개인전도 연다. 수십년간 작품을 그려온 기성 작가들에 비해 아직은 신인 작가지만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화풍, 과감한 색 사용은 이 작가만의 특징이다.

19일 서울 중구 정동 산 다미아노 갤러리에 전시돼 있는 이창규 작가의 작품 '강'. /사진 = 오진영 기자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하모니즘'이라고 설명한다. 하모니즘은 동서양의 융합, 작품 속 세계의 균형, 소외된 지역에 대한 관심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작가는 "예술은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도 가져야 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술이 궁극적으로 하모니즘을 추구해야 사회가 건강해지지 않을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그림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부분도 융합과 조화다. 근본적으로는 서양 화풍의 유화지만 한국적인 느낌도 은연중 묻어난다. 서양화가 금기시하는 여백도 과감하게 사용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축제 III'는 캔버스 위쪽과 아래쪽에 흰색 여백이 우두커니 자리잡고 있다. 축제를 즐기는 도시의 풍경을 묘사하면서도 축제에 참가하지 못하는 도시를 담아냈다. 하모니즘이다.

색 사용도 인상적이다. 포르투와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사이를 가로지르는 900km의 거대한 '도우루 강'을 주제로 한 '강'은 정열적인 빨간색과 차가운 파란색을 사용해 도시를 묘사했다. 같은 도시의 모습이지만 느낌은 정반대다. 한복판의 흰색 선으로 그려낸 강은 독자로 하여금 몰입과 집중, 해소를 되풀이하게 만든다.

이 작가는 다른 작가들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남들이 해 놓은 것을 베끼는 것보다는 안 가는 길을 가야 한다고 믿는다"며 "(소재에 대해) 재해석을 하고, 감정과 느낌의 흐름을 계속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림을 보시는 분들도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게 웃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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