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오요안나 MBC서 괴롭힘 당했지만 소속 노동자 아니라 처벌 못 해”

전종휘 기자 2025. 5. 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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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 기상캐스터였던 고 오요안나씨 특별감독결과 규탄 기자회견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19일 오전 오씨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오열하며 발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해 9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문화방송(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 사건 관련 특별근로감독을 벌인 고용노동부가 괴롭힘은 있었으나 오씨를 문화방송 소속 노동자로 보긴 어려워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놨다. 유족과 노동계는 노동부가 지나치게 좁은 판단 기준을 들이대 오씨의 노동자성을 부인했다고 반발했다. 직장 안팎을 가리지 않고 일하다 발생하는 모든 괴롭힘을 막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는 19일 발표한 ‘문화방송 특별근로감독 결과’에서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기상캐스터 사이에서 오씨에 대한 괴롭힘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오씨가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하자 선배 기상캐스터가 공개된 장소에서 “네가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고 타박하는 등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또 오씨가 지인들에게 지속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데다 유서에 그 구체적인 내용을 기록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하지만 노동부는 오씨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오씨를 문화방송 소속 노동자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는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탓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을 수 없다.

노동부는 기상캐스터가 △문화방송 노동자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행정, 당직, 행사 등 다른 업무를 하지 않은 점 △일부 캐스터는 외부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하거나, 엔터테인먼트사에 회원 가입을 하고 자유롭게 다른 방송에 출연하는 한편 개인 영리활동을 한다는 점 △문화방송 정규직의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업무에 상당한 재량을 갖고 자율적으로 하는 점 등을 들어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동부가 지나치게 좁은 기준으로 오씨의 노동자성을 판단해 문화방송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오씨가 △방송 3시간 전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등 근로시간이 사실상 정해진 점 △연휴 근무도 기상캐스터들끼리 나눠 배분하는 등 근무일과 휴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종속적 관계에서 일한 점 △문화방송 정규직인 파트장이 기상캐스터의 원고를 검토해 내용을 지시하는 등 지휘 감독을 한 점 등을 봤을 때 오씨를 문화방송 소속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요소는 법원에서 노동자성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보는 지점들이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윤지영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유족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고 오요안나씨는 문화방송의 지휘·감독 아래 문화방송이 지정한 근무장소와 시간에 맞게 일을 하고 문화방송이 정한 급여를 받는 한편 자기 사업으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방송 특성상, 프리랜서라고 이름 붙여진 사람들은 절대 프리하게 일할 수 없고 철저하게 방송사에 종속돼 일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오요안나씨 사건처럼 일터에서 괴롭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를 따져야 하는 현행 제도의 문제가 반복되는 탓에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대신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어 적용 범위를 모든 일터로 넓히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국회에 관련 법안도 이미 제출돼 있다. 이달 초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터에서의 괴롭힘 예방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적용 대상을 노동자보다 훨씬 넓은 개념인 노무제공자로 넓히고 적용 공간도 같은 직장이 아닌 모든 일터로 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오씨 같은 프리랜서는 물론 하청 관계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등까지도 일하는 관계에서 당하는 괴롭힘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한편 문화방송은 노동부 발표에 따라 후속 조처를 취할 계획이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공문을 받아보고 괴롭힘에 대해 명시한 부분을 살펴서, 내부 절차 거쳐서 합당한 조처할 것”이라며 “책임을 피할 수 없고 적극적으로 해결책 마련해서 정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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