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케인스식 승수효과 논쟁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승수효과'는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정부 지출이나 민간 투자가 연쇄적으로 소득과 소비를 유발해 국민소득을 증대시키는 과정을 설명한다. 예컨대 정부가 1조 원을 지출할 경우 이는 노동자와 기업의 소득이 되고, 그들이 소득의 일정 부분을 재소비함으로써 새로운 소득과 소비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을 놓고 6·3 대선 첫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간 공방이 벌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 원의 예약금을 내면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며 돈의 순환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하고 10만 원을 환불받아 떠나더라도 이 동네에 들어온 돈은 아무것도 없지만 돈이 돌았다. 이것이 경제"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역경제는 돈이 돌 때 살아난다"는 의미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내포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예약을 취소해도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며 괴짜 경제학을 주장한다"면서 돈이 도는 과정에서 손실 없이 순환되기만 하면 마치 무한동력처럼 경제가 성장한다는 발상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 성장을 위해선 실질적인 생산과 가치 창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돈을 푸는 것은 어디선가 빚을 내거나 세금을 걷는 행위이며, 그 자체로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무분별한 재정 지출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진다는 비판이다.
두 후보의 논쟁은 경제 문제에서 국가 개입의 정도와 방향성에 대한 이념적 인식차로 볼 수 있다. 이재명 후보의 주장은 침체한 경기 국면에서 유효수요 부족을 보완하려는 케인스식 사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케인스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에는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반면에 이준석 후보의 반박은 생산성과 효율성 중심의 경제 회복을 강조하는 것으로, 고전적 자유주의 경제관에 기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개입보다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과 민간의 혁신을 통한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책 운용 방식은 경제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저성장·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케인스식 승수효과의 적용이 '해법'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케인스 정책은 이미 상승 중인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재정 건전성을 위한 긴축 정책은 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정책의 딜레마 속에서 이번 논쟁은 저성장 시대에 재정 확대와 재정 건전성이라는 상충하는 두 가치에 대한 쟁점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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