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120원’ ‘대파 875원’ ‘버스비 70원’…거물 정치인 ‘물가 잔혹사’

조백건 기자 2025. 5. 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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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으로 주요 정치인의 ‘물가 발언 잔혹사’가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비중 있는 정치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본인이 직접 장을 보는 경우가 적어 현 물가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인의 물가 발언 실수가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강원도 강릉 안목해변 커피 거리를 찾아 음료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실수는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특정 정치인에겐 평생 족쇄가 되기도 하고, 이를 넘어 그가 소속된 정당에까지 치명타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나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파 발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작년 3월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대파 한 단 875원”이라는 마트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작년 3월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등 채소 물가를 점검하는 모습/뉴시스

그런데 이 가격은 정부 지원과 자체 할인이 적용된 특별 할인가였다. 당시 실제 시장 평균 대파 가격은 3000~4000원대였다. 당시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에서 나온 이 발언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고 “대통령이 현실 물가를 전혀 모른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대파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발언은 집권당인 국민의힘의 기록적인 총선 참패에 상당한 영향을 준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17년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유력한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귀국한 그는 모든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항 철도 티켓 발매기의 현금 투입구에 1만원짜리 지폐 2장을 넣어 ‘서민 코스프레를 했다’는 논란이 일으켰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017년 귀국해 공항 철도 티켓 발매기에 1만원짜리 지폐 두 장을 동시에 넣는 모습/SBS 캡쳐

그는 이후 “파리에 처음 간 사람이 전철 (티켓을) 끊을 때 금방 할 수 있느냐. 왜 그걸 못 하냐고 비난하면 공정한 것인가”라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결국 ‘반기문 대세론’은 사그라들었고, 그는 귀국 한 달도 되지 않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버스비 70원 발언’은 그의 정치 인생 내내 잊히지 않고 회자되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그는 2008년 6월 전당대회 후보 방송 토론회에서 당시 공성진 의원이 “서민이 타고 다니는 버스 기본요금이 얼마인지 아나”라는 질문에 “한 번 탈 때 70원 정도 하나”라고 답했다.

그러자 공 의원은 “1000원입니다. 1000원”이라고 했다. 이후 그는 “서민의 고통을 함께한다던 사람이 버스비도 모르느냐”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당시 한나라당도 “강부자(강남 부자) 정권”이라고 함께 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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